실물위축 공포…세계 금융시장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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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위축 공포…세계 금융시장 '패닉'

16일, 코스피 하락폭 사상최대, 아시아 지역도 패닉장 연출

  • 승인 2008-10-16 00:00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또 다시 패닉상태에 빠졌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9.44%) 내린 1,213.78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폭은 사상 최대치며 하락률은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의 12.02%와 2000년 4월17일의 11.63%에 이은 사상 세 번째로 기록됐다.

외국인은 6363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하락을 주도했고 기관은 417억 원, 개인은 5719억 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보다 35.85포인트(9.19%) 폭락한 354.43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선 이날 오전 선물가격이 급락으로 거래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가 크게 부진한 경제지표들이 충격으로 폭락하면서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하고 있다"며 "금융위기에 이어 경기침체 우려까지 가중되고 있어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도 패닉장을 연출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11.41% 급락한 8458.45에서 장을 마쳐 사상 두 번째의 대폭락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도 3일 연속 하락하며 상하이종합지수가 1,900선을 위협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4.25% 급락한 1,909.94로 마감해 사상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10월16일에 비해 꼭 1년 만에 6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홍콩의 항셍 지수는 한때 8%까지 떨어졌다가 4.8% 하락 마감했고, 호주 증시는 6.67%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국내외 증시 급락의 여파로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137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3.5원 폭등한 137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 이틀간 무려 165원이나 폭등했다.

이날 환율은 뉴욕증시 폭락으로 전거래일 대비 100.5원 급등한 1340.0원에 개장한 뒤 장중 한때 16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데다 역외환율이 1,310원대로 뛰어오르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의 폭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상승 폭이 상상을 초월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리보(Libor)금리 하락 등 신용경색 우려는 완화되고 있으나, 초점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옮겨가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 공포.절망.불안감 등 극심한 혼돈 상태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하고 환율이 133원이나 폭등하자 금융시장은 10년 전의 환란이 다시 덮친 듯한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무너지는 건물에서 빠져나오듯이 '투매'에 나섰고 외환딜러들은 수직으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 그래프를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회사원 이모(42세)씨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가 떠오른다"며 "금융시장이 이렇게 망가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자들도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시장이 무너지자 대책 회의를 하고 보고를 하는 등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뚜렷한 대안 마련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동반침체 우려 확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미 소비지표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지난 9월 중 15만 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을 두고 “현재까지 확인된 미국 주요 경기지표는 1990년과 2001년 경기침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1980년 초반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씨티은행이 지난 9월 6.1%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실업률이 내년에는 8.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노동시장 분석가들은 이 수치를 9%까지 늘려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8월 3개월 동안 실업자 수가 16만 4천 명이 늘어 179만 명에 이르렀다고 15일 발표했다. 1991년 경기 후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9월 소매 판매 실적이 전달에 비해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3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자동차 판매가 8월보다 3.75% 줄어듦에 따라 미국 소매 판매는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여왔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EAMA)도 이날 금융위기 여파로 수요가 위축돼 9월 신규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가 줄어든 130만 대에 그쳐 199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특정 국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전염됐듯 ‘글로벌 리세션’이라는 재앙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55%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경제가 침체국면에 돌입하면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상당수의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16일 뉴욕의 경제클럽 연설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경제가 조속히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노컷뉴스양승진 기자/중도일보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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