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종]삶의 무게는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선종]삶의 무게는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목요세평]김선종 우송대 총장

  • 승인 2008-10-15 00:00
  • 신문게재 2008-10-16 20면
  • 김선종 우송대 총장김선종 우송대 총장
▲ 김선종 우송대 총장
▲ 김선종 우송대 총장
정말 살기 힘들다고 예서제서 한숨이 터진다. 기름 값을 비롯해 모든 것이 오르기만 해서 도무지 살아갈 일이 막막하고, 시장가기가 무섭다고 한다. 그렇지만 안 오르는 게 딱 두 가지가 있단다. 바로 자식 놈 성적과 남편 월급이란다. 그냥 웃어 버리기엔 어쩐지 씁쓸하고 답답하다. 너 나할 것 없이 어깨가 뻐근하게 무거울 뿐이다.

삶의 무게가 한 짐인 어깨위에 손녀딸을 무등 태워 산책을 나섰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워줄까?”
“네, 할아버지 무등 태워주세요.”
손녀가 두 손을 활짝 펴들었다. 어서 태워달라고 두 손을 별처럼 반짝거린다. 신이 나서 덥석 안아 어깨위에 올렸다. 녀석도 신이 나서 깨춤을 춘다.

“할아버지, 인경이 무겁지요? 이제 내려요.”
“아니, 안 무거워. 인경이가 나비처럼 가벼워.”

나는 평소에 2ℓ들이 물 여섯 개 묶음을 들면서도 끙끙대며 힘을 주고, 20kg짜리 쌀부대를 들어야 할 때는 꾀를 부리며 아들을 불러댄다. 그런데 몸무게가 16kg 정도인 손녀는 새털처럼 가볍다. 그 애를 무등 태워 산책하는 길이 어찌나 신나는지 내 어깨에 깃털을 단 느낌이며, 어쩌면 커다란 등산 가방을 더 메고도 사뿐사뿐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사랑의 힘인가 싶다. 그러고 보면 현실에서 부딪히는 갈등이나 고난의 무게감도 생각하기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되지 않을까싶다. 부처는 ‘삶은 고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누구라도 삶의 짐 보따리를 지고 가야하는 것을. 기독교에서도 사람에겐 원죄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원죄가 어떤 것이든 죄는 이미 삶의 시련이지 않은가.

삶을 꾸려가려면 누구나 종류가 다를 뿐 고통이나 시련이 있게 마련이다. 그 실제의 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스스로 느끼는 크기의 차이가 다르게 되는 것일 뿐이지. 어떤 이는 66㎡(20평)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264㎡(80평)에서 사는 이보다 크게 웃고, 또 누군가는 900cc의 경차를 타고도 3500cc의 수입차를 타는 사람보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 인경이 내려놓으세요. 이제 너무 무거워요.”
녀석은 좋으면서도 미안했는지 어서 내려놓으라고 한다. 더 태우고 싶은 마음을 접는다. 미련부리다가 도를 넘겨서 내일 온종일 묵직한 어깨로 나도 모르게 손이 자주 갈지도 모를 일이며, 며칠간 묵직한 어깨 둔통 때문에 원인모를 짜증이 일지도 모를 일이다. 적당히 조절해주는 세 살 손녀의 따뜻한 영특함에 감동받으면서 평소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고 함부로 대해온 우리 어른들의 어리석음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내 삶의 무게도 결국은 내 마음먹기에 따라 그 중량감이 달라지고, 또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중압감 중에는 어쩌면 내 헛된 욕심 때문에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이웃 사람들과 어우르느라 짊어지고 있는 무게들도 내 마음먹기에 따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임을.

그래서 아버지는 언제나 나만 뼈 빠지게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들아 너도 참 힘들겠구나?’하고 한번만 생각해보고, 아내는 가족 뒤치다꺼리와 시집살이에 나만 요 모양 요 꼴이라고 원망만 삼기보다 ‘남편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를 한 번 쯤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각자 자신이 진 짐의 무게만 크게 느끼고, 상대방이 지고 있는 짐의 무게는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결국 자신의 삶의 무게감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그렇듯 상대방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내 삶의 무게감이 조금은 작아지고, 그러면 내 삶이 훨씬 넉넉해질 수도 있을 것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손녀를 보면 어여쁜 마음이 마구 쏟아져서 덮어놓고 해대는 ‘아이고, 예쁜 우리 공주 인경이네’하는 그 말을 정작 사십년 가까이 함께 고생하며 살아온 마누라에게는 왜 못했는지? 오늘 저녁엔 먼저 한 번 말해보리라. 사내 녀석이 점잖지 못하게라는 편협하고 권위적인 생각의 사슬에서 벗어나 말하리라.
“아이고, 여보 예쁜 내 마누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