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접근성.현대적 시설로 市 상징으로 우뚝
잇단 대형시설 입점으로 재래시장 위축 부작용도
1980년 11월 26일 중구 선화동에 대규모 점포를 갖춘 동양백화점이 문을 연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이 백화점의 등장은 향후 지역 유통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대전은 예전부터 상업이 발전한 도시였다. 근대적 도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이후 상업은 대전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였으며, 한때 내륙 물류·유통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여건을 바탕으로 물류의 집산지로 기능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각종 도·소매업의 발달이 가능했던 것이다.
충남뿐 아니라 충북과 전북·경북 등지를 포괄하는 상권이 대전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이는 대전을 상업도시이자 소비도시의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 1990년대 동양백화점 모습.<사진제공-갤러리아 백화점> |
현대적인 대형유통시설의 등장 때문이었다. 그 포문을 연 것이 바로 1980년 개장한 동양백화점이다. 지역 자본으로 설립된 이 백화점은 1979년 국종산업사가 동양흥업으로 합병되면서 창업주인 오영근씨가 설립한 대전 최초의 향토백화점이었다.
재래시장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백화점의 등장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자연히 동양백화점은 도심의 뛰어난 접근성과 현대적 시설로 대전을 상징하는 유통시설로 자리잡는다. 2000년 1월 한화그룹이 인수해 갤러리아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인 대형유통시설 등장과 재래시장 사양화=본격적인 유통시장의 변화는 1990년대 중반 국내 유통시장의 개방과 함께 시작됐다. 지역에도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가 진출하면서 유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대형화와 고급화, 차별화라는 유통시장의 혁명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외국계 할인매장인 까르프와 월마트 등이 대전에 진출했고, 지역 백화점들도 속속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는 그 동안 지역 유통시장을 지켜오던 재래시장의 사양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시가지 개발과 함께 둔산에 진출한 동양백화점을 비롯해 속속 등장한 백화점은 쇼핑시설뿐 아니라 체육·문화 시설을 함께 운영하며, 시민들의 소비와 쇼핑 문화를 변화시켰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들이 급속도로 증가, 현재 대전지역에는 5개의 백화점과 13개의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지역의 대형마트 수는 인구 9만 여명당 1개 수준으로 통상 적정수준으로 보는 15만명당 1개를 크게 초과해 있는 상태다.
이러한 변화는 자치단체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재래시장의 활성화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겨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2000년대 이후 재래시장 활성화와 함께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하는 시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으며, 대전에는 2020년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이 제한된 상태다. /오주영·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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