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준 아산 온양천도초 교사 |
학년 협의 시간, 이야기들이 겉돌았다. 진실꽃 이야기는 ‘그랬대’ ‘어쩌냐!’ 수준이었고, 회식 이야기는 갈 식당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물과 기름을 섞지 않으려는 본능적 지혜가 동원된 까닭이다. 결국 그날 회식은 초저녁에 끝이 나고 말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하루 33.3명 자살, 전년 대비 13.7% 증가’ 라고 되어 있다. 통계로 치자면 장차 우리 반 아이 누군가가 이 통계 예보를 확증해야만 한다. 섬뜩한 일이다. 왜냐하면 통계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섬뜩한 생각에 수업 중 방어 기제를 펼쳤다. “자살하면 될까요, 안될까요?” “아니요!” 요즘 아이들 대충 다 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지필은 100점, 수행은 0점’ 곧, 앎을 행위화하지 않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교육 역시 인생, 사랑 못지 않게 어긋남(김영민)을 본질로 한다.
“얘들아, 삶은 어긋남이란다. 꿈이 늘 현실이 되지는 않아. 이 말은 꿈꾸지 말라는 뜻이 아니야. 너희 때는 꿈은 먹고 살잖니. 다만, 혹 꿈이 실패할 때, 심지어 꿈을 이룰 때조차 인간들은 설핏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건 좌절, 바닥, 또 다른 욕망, 무기력, 고독, 잘 안됨 이런 것들이란다.
얘들아, 꿈을 이루려 자신을 연마하듯, 그 놈들을 연습 문제 풀 듯 풀어 보고 다루는 방법을 익혀 봐. 이 연습은 장차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낼 강한 힘을 네게 줄거야. 이야기가 너무 어둡다고? 빛이 어둠을 뚫고 나가듯, 진정한 밝음(긍정)은 바닥을 차고 오를 때 얻을 수 있지. 너희들, 시련을 피하지 말고 견뎌 봐. 시험, 사랑, 직업, 심지어 밤에 잠자기, 아침에 일어나기 같은 시시콜콜한 일상 속에 숨은 시련들을 이겨내 봐.”
진(실)꽃이 필 꽃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이다. 진 꽃은 장차 필 꽃들에게 삶은 결코 장밋빛이 아님을 말한다. 만감이 교차되었을 그 순간의 어느 지점에선가 진실꽃은 자신의 두 아이, 아니 장차 필 꽃들을 떠올리며 염원했을 것이다. ‘그들이 제 철에 피고 질 수 있기를….’
진 꽃은 또 말한다. ‘상한가로 질주하는 통계란 그 놈을 단죄해 달라고….’ 스스로 통계를 확증하며 전해진 그녀의 메세지를 우리 교육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삶을 살리는 교육, 지천에 시절 따라 꽃들이 피고 질 수 있는 교육을 구성해야만 한다. 더 늦기 전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