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난해 이맘 때 가격까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름값은 요지부동이어서 운전자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값을 결정짓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두바이유 값은 13일 현재 배럴당 1.07달러 하락한 70.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6일 기록한 70.78달러 이후 1년 1개월만에 최저치다.
특히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중순(배럴당 139.3달러)에 비해 무려 절반에 가까운 배럴당 68.37달러가 하락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쥐꼬리`만큼 내렸다.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기름값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7월 국내 평균 휘발유가격은 ℓ당 1922.59원, 경유는 1919.23원, 실내등유는 1538.51원이었다.
하지만 14일 현재 국내 평균 석유제품가격은 휘발유가 ℓ당 1702.06원, 경유는 1625.09원, 실내등유는 1303.10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새 국제유가는 절반가까이 내린 반면 국내 평균 석유제품가격은 휘발유가 ℓ당 220.53원(11.47%), 경유는 294.14원(15.32%), 실내등유는 253.41원(16.47%) 내리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가 내린 것의 4분의 1가량이 반영된 셈이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20%정도 올랐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국제유가가 내린 효과의 10~15%는 증발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에 대한 국내 반영이 늦다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가격 결정구조를 핑계대고 있다.
국내에 들여오는 정유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두바이유이므로, 2주쯤 시차가 있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유소 영업과 환율 폭등 탓을 하고 있다.
정유사에서 값을 낮춰도 주유소에서 월말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므로 가격 조정에 시차가 있는 데다가 환율이 지난해 이맘 때 보다 크게 올라 석유제품값을 국제유가 인하폭 만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유사들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소비자들이 사라진 10~15%를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오피넷 한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이 내리지 않은 것은 환율 폭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자 윤모씨(32·대전 서구 둔산2동)는 “국제유가가 절반가까이 내렸음에도 불구 국내 기름값이 소폭 인하에 그치고 있는 것은 정유사들의 횡포 때문이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백운석기자 b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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