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대전 주부교실 사무국장 |
“다시금 제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이 내용은‘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ㆍ창업 사례발표회`를 준비하면서 주부들로부터 받은 원고의 일부분이다.
2년간‘책과의 전쟁` 끝에 당당히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이제는 부동산중개업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주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치열한 노력의 결과로 중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해, 개인택시 운전자로 일하고 있는 여성, 적지 않은 나이에 화장품 카운슬러 일을 시작하여 하루에 고객 한 사람 이상 만들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말자는 단단한 결심으로 이제는 지점장 반열에 오른 여성 등 재취업사례는 다양했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경쟁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팔꿈치 사회` 속 에서 일자리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서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으려는 여성들이 빠른 속도로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력단절 후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분리 속에서 여성의 직업능력을 개발할 사회구조적 장치나 밑그림이 그려있지 않아 여성의 취업과 창업은 말 뿐인 거짓그림이 되고 있다. 그 예는 최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취업을 고려하지 않은 모방형ㆍ유행성 프로그램으로는 `눈높이를 낮춘 취업`도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화된 직업 유형을 발굴ㆍ교육하는 맞춤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학력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포기하는 L-Curve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 체계적이면서 전문적인 직업능력개발에 박차를 가해 여성 인적자원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정부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제정했다. 바로 이어서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One Stop 취업지원센터를 지정 운영하는 등 정부정책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여성 인력을 노동시장에서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정부가 개발하는 직업군이 높아진 여성의 학력수준과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임금 수준이 높은 반면, 취업에 따른 소득효과가 크지 않아 취업기피를 해 결국 노동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한다.
잠자고 있는 여성인력을 일깨워 사회 속에 다시 세우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여성의 재취업ㆍ창업이란 사회적 명제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경쟁의 내면화가 초래한 자기고립을 넘어 ‘관계적 존재`로 함께 서려는 여성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자기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문제 상황의 다면체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의 주체로 `함께 당당히‘ 나서자는 정부 당국의 외면적인 구조적장치가 어우러질 때 `여성의 사회 속에 다시 세우기‘는 삶의 질 향상이란 구체적 모습으로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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