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역사교과서와 시대정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원근]역사교과서와 시대정신

[특별기고]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 승인 2008-10-12 00:00
  • 신문게재 2008-10-13 20면
  • 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 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 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역사교육은 역사를 소재로 하여 인간을 교육하는 활동이다. 즉 인간의 과거에 관한 지식을 가르치고, 이를 기초로 역사적 사고력과 통찰력을 신장시키며, 바람직한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다.

역사교육의 이러한 목적성 때문에 역사 사실을 보는 관점과 해석 등에서 객관성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주관성이 최근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의 단초다.

한쪽에서는 교과서가 상당 부분 좌편향적이라고 말하면서 이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그러한 지적은 일정 부분만을 보았기 때문이고, 전체적인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교과서 서룻 내용 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교과서 선정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객관적인 역사교육을 표방하면서 역사 사실의 양면성, 그것도 아프고 어두운 점까지 모두 서술하고 있는데 대하여, 그것이 역사교육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이 시대의 정신이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느냐, 역사 해석이 바르게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날 자식들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냐고 어머니에게 물었다고 하자. 아버지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아버지의 모든 점을 다 이야기 해줄 수도 있고, 좋은 점을 강조하여 말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버지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면서 그것을 닮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말하는 관점은 어머니의 자유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쪽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은 학문을 연구한다기보다 역사를 통하여 바람직한 인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있다. 따라서 역사교육에는 현재의 시대정신이 개입되어야 하고, 그것이 교과서에 표현되어야 하며, 역사수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철학이나 수학 교과서가 아니고, 바로 시대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별로 역사교사들의 협의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이루어지는 교과서 선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도 현재 지적되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상세히 알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교과서로 학습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민족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역사적 비판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과서 집필진도 현재 지적되고 있는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역사교사들이 균형과 객관성을 강조한다고 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의 진행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는 자랑스런 역사다. 북한의 지금을 간과한 채 건국 과정 등 일부의 사실을 들어 그들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없어야 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고 하면서 역사 사실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여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하거나 부정적 사고를 키우는 것도 삼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제시대의 황국신민화 교육처럼 무비판적 이데올로기를 가르치거나, 거짓을 참으로 포장해서 가르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학교에서 역사교육의 책임은 역사교사에게 있다. 그러나 교과서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서술 내용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와 더불어 선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역사교사의 균형 잡힌 교육은 더 더욱 중요하다. 잘못된 역사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더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