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근 대전시부교육감 |
역사교육의 이러한 목적성 때문에 역사 사실을 보는 관점과 해석 등에서 객관성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 주관성이 최근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의 단초다.
한쪽에서는 교과서가 상당 부분 좌편향적이라고 말하면서 이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그러한 지적은 일정 부분만을 보았기 때문이고, 전체적인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교과서 서룻 내용 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교과서 선정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객관적인 역사교육을 표방하면서 역사 사실의 양면성, 그것도 아프고 어두운 점까지 모두 서술하고 있는데 대하여, 그것이 역사교육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이 시대의 정신이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느냐, 역사 해석이 바르게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날 자식들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냐고 어머니에게 물었다고 하자. 아버지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아버지의 모든 점을 다 이야기 해줄 수도 있고, 좋은 점을 강조하여 말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버지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면서 그것을 닮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말하는 관점은 어머니의 자유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쪽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은 학문을 연구한다기보다 역사를 통하여 바람직한 인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있다. 따라서 역사교육에는 현재의 시대정신이 개입되어야 하고, 그것이 교과서에 표현되어야 하며, 역사수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철학이나 수학 교과서가 아니고, 바로 시대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별로 역사교사들의 협의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이루어지는 교과서 선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도 현재 지적되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상세히 알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교과서로 학습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민족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역사적 비판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과서 집필진도 현재 지적되고 있는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역사교사들이 균형과 객관성을 강조한다고 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의 진행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는 자랑스런 역사다. 북한의 지금을 간과한 채 건국 과정 등 일부의 사실을 들어 그들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없어야 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고 하면서 역사 사실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여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하거나 부정적 사고를 키우는 것도 삼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제시대의 황국신민화 교육처럼 무비판적 이데올로기를 가르치거나, 거짓을 참으로 포장해서 가르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학교에서 역사교육의 책임은 역사교사에게 있다. 그러나 교과서가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서술 내용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와 더불어 선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역사교사의 균형 잡힌 교육은 더 더욱 중요하다. 잘못된 역사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더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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