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근 한남대 미술학과 교수 |
그 내용은 ‘첫째, 지난 2월 이응노 미술관에서 작품을 분실했다가 되찾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을 묻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교체했다. 둘째, 이 사건으로 박인경 명예관장의 미술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셋째, 작품이 분실되었다 되찾은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장교체가 미술관 운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 장담할 수 없다. 넷째, 박인경 명예관장이 미술관 인사문제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 미술관 운영에 공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관심이 쏠린다’이었다.
이 보도는 그간 대전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 주변에서 떠돌던 어두운 소문들이 사실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미술계와 대전시의 문화행정에서 일찍이 없었던 미술권력의 사유화, 공공행정의 사유화가 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응노 미술관장의 교체는 그러한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이벤트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명예관장이란 상식적으로, 너무나 상식적으로 예우로 부여하는 자리다. 흔히 명예시민, 명예 1일 시장, 명예 교사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응노 미술관 명예관장이 아무런 행정권, 인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문제를 관여하였다고 하는 것은 국가의 행정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미술권력의 사유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수순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 살지도 않는, 어쩌다 한국에 오는 명예관장에게 부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그런 행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교체된 이응노 미술관장이 스스로 한 짓이란 말인가? 이 지역 출신 작가들의 미술관 건립이 설왕설래되고 있는 데 그러한 경우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것인가?
이응노 미술관장 교체의 외형상 구실이 된 것은 이응노화백 작품 분실소동일 것이다. 작품 분실소동은 이미 알려진 대로 전시된 작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8×10cm 정도 크기의 모조지 위에 그려진 간단한 스케치 소품이 발견되지 않아 3일후 찾게 된 내부 업무가 특정 언론에 작품분실로 집중 보도된 사건이다.
대전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이 대전시의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고 두 관장이 중징계를 받은 이 사건은 막상 중요한, 작품을 은닉한 범인을 찾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특정 언론에 연속 보도되고, 두 관장이 중징계를 받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는데도 대전 시립미술관장이나 대전시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고 내부 업무를 외부에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파악도 하지 않았다. 범인을 그대로 보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심지어 누군가의 자작극일 수 도 있다는 의구심이 떠돌게 된 것이다.
대전은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던 시절에 대전시 당국과 많은 지역 미술인들은 대전시립미술관 설립을 위하여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미술관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개인적인 과욕의 그림자들은 당시 대전시립미술관 설립추진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던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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