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이제 마흔, 그의 황망한 죽음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인간적인 교류나 교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책의 저자이고, 그 책은 여물지 않은 나의 첫 저서였기 때문에 잠시 소회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스타의 길이 결코 녹록치 않았겠구나 싶고, 그의 고통이나 강박, 외로움이 짠하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그의 죽음을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의 죽음은 신문, 방송을 망라한 거의 모든 매체의 톱기사였고, 조문행렬과 장례절차, 삼우제까지 매스컴은 경쟁하다시피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의 죽음이 낳은 파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얼핏 국민적인 패닉현상까지 엿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가까운 지인의 죽음처럼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 매스컴의 취재경쟁은 이런 대국민의 관심을 반증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산시킨 기제다. 또 죽음을 둘러싼 사채설과 증권가 루머, 연예인들의 우울증, 인터넷 악플 등의 배후설은 사람들의 흥미와 추측을 증폭시켰다. 추모를 위한 취재경쟁이 결과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양산한 셈이다.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의 죽음 앞에서 애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의 삼우제도 끝나기도 전에 이를 이용한 정치적 행보가 진행되었다. 이름하여 ‘최진실법`이라니. 이는 그의 죽음을 빌어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정책의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 내용은 인터넷 실명제를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 이상 사이트로 확대하고,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지난 촛불집회 이후 방송과 인터넷을 단속하고 싶어 안달난 정부가 추진해온 법안이다. 이런 식의 입법이라면 그 법안은 그를 기리는 것이 아니라 되레 욕보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인터넷 악플은 정말 ‘좋지 않다`. 그러나 그 피해자는 대부분 셀레브리티(유명인)이며, 연예인과 정치인이 그 대표주자다. 그럼 이 법은 ‘친절한 실용 정부`가 연예인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서둘러 추진하는 입법인가? 과연 그러한가? 온 국민들이 슬퍼하는 대중스타의 죽음 앞에서, 무덤의 흙이 마르기도 전에, 그의 이름을 빌어 정치적 공세를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이 비정하고 비열해 보인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공인의 길을 선택한 이상 루머와 악플은 피할 길이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중스타, 연예인들이 좀 더 강하고 독해졌으면 좋겠다. 그들 못지않은, 그보다 더한 악플을 달고 사는 정치인들 중에는 자살한 사람이 한명도 없지 않은가?
인터넷은 구전매체에 가깝다. 우물가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처럼 헛된 루머도 많지만, 참여와 공유의 매체라는 특성 때문에 진위는 순식간에 밝혀진다. 나는 아직도 <아레오파지티카>를 쓴 존 밀턴의 주장처럼 ‘사상의 공개시장`, ‘자동조정작용`을 믿고 싶다. 미디어 2.0 시대 네티즌들의 성찰성(reflectivity)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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