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혜진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
나와 똑같은 아침시간을 보냈을 듯한 직장인들을 매일 아침 출근길이면 만나게 되는데, 지하철을 타기위해 아파트 골목을 돌아서면 꼭 만나게 되는 쌍둥이 형제와 엄마가 있다. 비가 오는 날도, 더운 날도 직장인인 엄마는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시선으로 좇으랴, 기다리고 있는 유치원 버스가 지나칠세라 한눈에 봐도 마음이 분주해 인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는 이들이 너무 반가워서 어떤 날은 인사라도 건네고 싶을 지경인데, 아마도 전쟁같은 아침을 치르고 나온 쌍둥이 엄마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혹스췰드는 ‘The Second Shift`라는 책을 통해 미국 “직장맘”의 일상과 피로를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남성과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기혼여성들이 남성과 달리 어떠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이 사회구조적으로 어떻게 여성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고착되고 있는지 지적하고 있다. 혹스췰드는 기혼인 직장여성들에게 가정은 편안하고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와 강도의 노동이 기다리고 있는 제2의 직장이라고 주장하였다. 가정이 ‘제2의 직장`이란 표현에 얼마나 많은 아빠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은 천사야`라고 생각하는 아빠와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하는 엄마는 참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올 해, 보건복지가족부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가족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과, 직장 문화 개선, 그리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 법률은, 직장 내 여성의 고용 상 지위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구 남녀고용평등법)`과 다른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가족친화적인 기업 문화의 정착을 위한 인증제 실시 또한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 법안으로, 많은 현대의 “직장맘”들이 쳇바퀴 도는 일상의 피로를 가정에서 풀고, 적어도 아이가 스스로를 챙길 수 있을 때 까지는 직장에서도 적절한 배려를 받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환하게 웃으며 쌍둥이 엄마와 인사를 나눈다면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가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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