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환헤지용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위기감이 고조되고, 수출기업이라도 단기적 급등은 경기 둔화로 이어져 결국 상당수의 기업이 고환율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66.90원 급등한 13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8년 9월23일 1402.00원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급등으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면서 통화파생상품인 키코 가입 중소기업들의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도 위기에 몰리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 피해로 인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13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일 경우 손실액이 9000억 원대를 넘어섰고 1200원 선이 되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키코 상품 구조상 환율이 일정 범위를 웃돌 경우 계약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가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은행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율 급등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과 실질 소득 감소, 내수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말 그대로, 기러기 아빠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비켜갈 수 없다.
수출기업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 (주)한라공조의 경우 연간손익을 기준으로 환율 10원당 10억원(100원당 100억 원)의 환차익(손)을 기록한다. 수출입 손익분기점을 달러당 950원이라 할 때 한라공조가 1분기 동안 거둔 순수 환차익은 대략 25억 원으로 환율이 150원이나 올랐다면 액수는 훨씬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화될 경우 효과는 미지수다.
환율 폭등이 결국 원자재 수입비용 상승, 물가 상승을 유발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4분기 환율급등으로 발생한 국내 한국타이어의 외화환산 손익은 -208억 원으로, 수입해야 하는 천연고무와 카본블랙 등 원·부자재 수입비용도 동반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급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판매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우리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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