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약국에서 3만원에 구입해 왔던 같은 회사 종합영양제가 2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안씨는 "다른 약국에서도 약 값을 확인해 봤더니 마찬가지였다"며 "영양제 값이 4000원 넘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전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외면 당하고 있다.
특히 같은 제약회사의 제품의 경우에도 지역별로 가격 편차가 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이 원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대전지역의 약국 1∼2곳씩을 무작위로 골라 특정 제약회사의 종합영양제 값을 확인한 결과 많게는 4000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번화가 약국과 수요가 적은 영세 약국과는 확연히 구별 된다. 병의원 밀집지역에 위치한 A약국에서는 D사의 Q종합영양제를 2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주택가 인근 영세약국에서는 3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1999년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도입되면서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한 가격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에 저촉 받지 않고 약국이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가운데는 TV나 라디오 광고 중인 약을 제외하고는 제약회사별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보를 모르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제약회사 한 영업사원은 "광고로 유명한 약을 비싸게 받을 경우 약국 이미지가 흐려진다"며 "광고로 유명한 약은 약사가 권하기 전에 먼저 소비자가 찾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품목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오히려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0년 동안 동네에서만 약국을 운영했다는 한 약사는 "최근엔 전화로 약 값을 문의하는 손님들이 많아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가격표시제가 약사들의 불신과 소비자들의 불만을 초래한다면 폐지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규제할 마땅한 규정도 없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을 대형마트와 구멍가게로 비유하자면 대형마트는 물건을 대량으로 직거래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구멍가게보다 가격이 그 만큼 쌀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땅히 규제할 법령도 없다"고 말했다./조양수기자 coolj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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