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지금 고3 여학생이 그것도 대전 출신의 여학생이 일본과 독일을 직접 다녀와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 책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책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일본 애니매이션 영화 <이누야샤>를 접하면서 일본 대중문화를 좋아하기 시작해 일본에 푹 빠져 내친 김에 일본어까지 공부하기 시작해 2007년에는 일본의 비영리법인이 주최하여 전 세계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가에 1명씩 선정해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까지 참가하는 영광을 안게된다.
이양은 ‘평화, 민족의 벽을 넘어`라는 주제의 청소년 국제회의에 한국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이 일이 책을 쓰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면서, 1개월을 일본에 머물며 일본의 청소년을 비롯해 중국과 유럽 등 16개국의 청소년 대표들과 토론했다. 이양은 한일 문제를 비롯해 아시아 평화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발표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변화된 과정을 책 속에 솔직히 적었다.
당초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이양의 입장은 일본인들과의 토론을 통해 그들이 가진 역사인식의 모순을 체험하면서 점차 날카롭고 비판적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원폭피해의 참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히로시마 평화문화센터에서 이사장 스티븐의 강연을 듣다가 일본이 원폭을 경험한 유일한 나라이고, 미국과 친한 나라로서 경제력과 영향력이 큰 나라로서 이제는 세계에 평화문화를 전파하는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요?`라는 돌발 질문을 하게 된다.
스티븐의 대답은 일본은 이미 전세가 기울었는데 억울하게 히로시마에 원폭투하 당했다는 대답만 들었는데, 이해나양은 히로시마 원폭기념관은 세계를 향해 평화를 호소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모순을 깨닫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을 시작한 것은 일본 자신이었고 미국에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도 일본 자신이었으므로 결국 원폭투하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고 자신들의 원폭피해만 설명하려는 이유가 싫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는 몇 달 뒤 중국에서 열린 청소년 회의와 ‘과거사에 대한 화해`란 주제로 독일에서 개최된 워크숍에도 잇따라 참가하면서 자신의 안목을 좀더 넓힐 수 있었다. 전쟁에 대한 사과에 있어서 독일과 일본의 차이점도 비교하면서 참다운 화해와 평화를 소망하는 자신의 소신도 당차게 피력하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드리는 내용은 이해나 양이 중국과 독일을 방문한 후 다시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다시 참석해 현지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인 학생과의 대담 내용이다.
아이하라가 나에게 물었다.
“ 한국과 일본은 전쟁이 끝난 뒤 국교를 수립했잖아. 그 때 이미 한국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용서를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때는 일본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일본 없이도 살수 있을만큼 경제력이 커졌잖아. 전후에 곧바로 해결하려 하지않고 지금에 와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라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 아니야?”
이 말을 듣고는 사실 놀랐다. 아이하라가 꽤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에 놀랐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이러한 면도 있었던 것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건 나도 약간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국은 당시 한국만의일로도 포화상태여서 분명 과거사에 대해 짚고 넘어갈 여유는 없었을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책임이 줄어들거나 변하지는 않아.”
아이하라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대체 일본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일본인들은 역사를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해. 일본 정부도 사과하지 않았니?”
“역사를 정확하게 배우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데 어떻게 저절로 반성할수 있어? 일본정부의 사과라고 해봐야 ‘폐를 끼쳐서 미안했습니다.` ‘참 안됐습니다.` 이런 식이었는데 한국인들은 아무도 이게 정식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아. 천황도 책임이 있는데 천황도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작가는 마지막에 현대의 일본인들이 정확한 역사교육을 받는다면 반성은 시간문제일거라고 생각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이를 보급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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