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소위, 차별화된 공간, 고급의 마감재 설치 그리고 디스플레이 인테리어로 꾸며진 세대공간을 들어가 보면 이 곳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인가 싶을 정도로 현란하고 고급스럽다. 분양률 제고 여부에 사업의 성패가 달리다 보니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으로서의 휴머니즘적 배려를 통한 차별화 분양전략보다는, 자극적이고 고급화만을 강조하며 거주 자체를 상대적 우월주의로 조장하는 분양전략을 접할 땐 참으로 착잡하다.
고급자재를 채택해서 그런지 분양가격을 보면 또 한번 우울하다.
물가 상승이 원인이겠지만 해마다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분양가격은 소박한 월급쟁이들의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의 꿈을 깨버린 지 오래다.
아파트 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한지 어언 50년이 되었다. 그 짧지 않은 세월 속에 온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고스란히 현실화 시켜준 아파트가 바로 - 전국 방방곡곡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로고(?)를 단 ‘주공아파트’였다. 지금은 ‘휴먼시아’라는 브랜드(BI)로 바뀐 ‘주공아파트’는 지난 1970∼80년대의 ‘내집 마련’의 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공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청약저축을 불입해야만 한다. 청약저축은 다른 청약예금, 부금과 달리 주공아파트 만을 분양받을 때 사용하는데 꾸준히 오래 불입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신혼이나 젊은 부부 세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공아파트’를 분양받고자 청약저축을 가입했다.
그리곤, 저축 불입금이 불어나는 기쁨과 곧 주공아파트 에 입주 하리라는 기대감에 장롱 속의 통장을 남몰래 꺼내 보곤 하였다. 혹여, 세(貰)살이 설움에 아내가 의기소침해도 하면 통장을 쥐어 보이며 조금만 참아달라고 다독거리던 알라딘의 램프같은 것이었다.
당시, 주공아파트는 온 국민들의 내집 마련 계획의 희망이자 실현의 실체로서 서민들의 삶에 대한 사랑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을 발표하였다.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향후 10년간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 골격이다.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는 공공임대(10년) 20만가구, 장기전세(20년) 10만가구, 장기임대(30년) 50만가구, 그리고 중소형 분양주택 70만가구로 공급하게 된다.
장기임대 중에는 지난 94년부터 공급이 중단됐던 영구임대주택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은 기존 주택분양 가격보다 15%가량 싸게 공급되고 입주시기, 분양가격, 입지 등을 미리 선택할 수 있는 사전 예약방식이 도입된다. 보금자리주택은 곧 제정될 ‘보금자리주택 건설 특별법’에 의하여 내년 상반기 첫 지구지정을 거쳐 오는 2012년 하반기 입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턱 없이 오르는 분양가에 내집 마련의 꿈은 엄두도 내지 못한 무주택 서민 및 저소득 계층 국민에게 ‘보금자리주택’ 공급 방안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청약저축 가입자만이 분양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관련하여 청약저축 가입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보금자리주택’이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 계층에게 내집 마련의 꿈과 희망의 노래로 다시 다가서기를 기대해 본다. 30년 전의 주공아파트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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