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주거지 인식.투기 등 겹쳐 인기몰이 대중화
지난해 대전 전체 주택 40만호 중 아파트가 66%
▲1970년대 대전에 처음 등장한 아파트 건축 당시 모습 <중도일보 자료사진>. |
대전에 아파트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1971년 3월 중구 부사동에 주공 민영아파트가 첫 선을 보이는데, 이것이 대전 최초의 아파트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5층짜리 건물 2개동 40세대에 불과해 아파트라기보다는 연립주택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전까지 시민들에게 아파트는 생소한 것일 뿐 아니라 다소 부정적으로까지 인식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 부정적 인식은 1970년대 서울의 강남 등지에서 아파트 개발 붐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무렵 대전에도 아파트가 세워지기 시작해 1970년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비교적 대단위 아파트들이 등장한다.
1976년 동구 가양동에 5층짜리 9개동 474세대 규모의 가양 주공아파트의 등장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1979년 당시로서는 초고층 아파트인 15층 규모의 아파트가 중구 태평동에 들어서는데, 5개동 705세대가 입주한 삼부아파트였다. 대전에 10층 이상 규모의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당시 이 고층 아파트의 등장은 상당히 눈길을 끌 만한 것이었다.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민간업체들도 나서기 시작하는데 대전에서는 지역업체인 계룡건설이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1978년 6월 중구 문화동에 5층짜리 4개동 120세대 규모로 신축된 계룡아파트는 대전의 첫 민간아파트로 기록돼 있다.
처음에는 부유층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되지 못하던 아파트에 대한 인식도 변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불어닥친 ‘투기열풍`과 함께 대전에서도 1978년 중구 문화동에 14층 높이 3개동으로 지어진 삼익아파트에 이른바 ‘돈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삼부아파트와 함께 1980년 나훈아·김지미씨 부부가 거주하면서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진 동구 삼성동 빌라맨션 등도 대전에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로 당시에는 알려져 있었다.
5공화국 당시‘주택 500만호 건설 계획`으로 1980년대 아파트 건설은 본격화 됐으며, 대전에서는 1990년대 초반 둔산지구의 입주로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대전에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지 불과 30여 년, 지난해 말 현재 대전에는 559개 단지 26만 세대의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 주택 40여 만호 중 66% 정도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아파트는 현대인의 생활 양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위대한 발명품이자 주거 문화의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긴 했지만 처음 등장 당시 아파트는 분명 실용적이고 혁명적인 주거형태였다. 현대인에게 아파트는 주거의 개념을 넘어 소유의 개념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단순한 집이 아니라 ‘돈`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주거 형태로 등장한 아파트는 짧은 시간 현대인의 생활과 삶의 질 등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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