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훈]학생 취업 너무 힘들어

[목요세평]정순훈 배재대 총장

▲ 정순훈 배재대 총장

경기 침체가 날로 심해지고 대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신입생 때만해도 많은 꿈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학문과 취업준비 중 무엇에 전념할지 갈등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준비를 선택한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학생들이 학문에 전념한다 해도 취업을 시켜 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는 힘들여 돈을 벌어서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 그것을 잘 알기에 학생들도 직장에 들어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보다 많이 취업시킬까 하는 고심을 하게 된다. 심지어는 취업을 위해 수업에 전념해야할 교수들을 기업체로 내보내는 대학교도 있다.

얼마 전 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에 교수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학생 모집을 위해 방문하는 교수의 출입을 막기 위해 붙여 놓은 그 문구는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기업체에서도 대학관계자의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붙을 판이다.

점점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지방대학은 더욱더 그러하다.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이 어려우니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들어도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도 대기업에서는 금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겠고 발표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발표된 이 소식은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방대생들의 취업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수도권 대학생 위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방대생들은 면접 한 번 보지 못하고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늘어난다 해도 지방대생들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신입사원 채용을 할 때 지방대학생들을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력과 인성 모두를 갖춘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경영을 하며 여러 직원들을 채용해 보았다. 직원 채용 공고가 나면 수많은 응시자들이 몰린다. 한 명을 뽑아도 지원자는 100명이 넘는다. 토익 만점을 받은 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소위 명문대 출신자들도 많이 지원한다. 그러나 그들을 선발하여 일을 시켜 보면 그야말로 일은 명문대학교 순서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일부일지는 모르지만 지방대생들의 특징은 직원 상호간에 인화를 바탕으로 일처리를 해나가는 데 있다. 그리고 회사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분명 일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 하에 진행 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대기업이나 일반 사업체에서도 지방대생들을 채용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처럼 정치권에서 당리당략에 의해 논쟁을 일삼는다면 경기는 더욱 침체될 것이다. 그리고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서로 힘을 합쳐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대학 본래의 기능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