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성기속 폭발적 성장.. 더디지만 꾸준한 발전 희망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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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성기속 폭발적 성장.. 더디지만 꾸준한 발전 희망있다

●지역작가들이 말하는 시대별 대전미술史

  • 승인 2008-09-30 00:00
  • 신문게재 2008-10-01 13면
  • 이시우 기자이시우 기자
대전 미술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대전미술을 지켜온 작가들의 생생한 추억을 들을 수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작가와의 대화`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지역 미술의 역사를 정리하며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대전 미술의 산증인인 작가들로부터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지난 9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석했다.

작가들은 당시 경험담을 위주로 50년대 어려운 환경에서 미술을 시작하며 당했던 설움부터 정치적인 억압의 시대에서 미술로 돌파구를 삼았던 얘기들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다뤄진 대전 미술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 대전미술을 지켜온 작가들의 생생한 추억을 들을 수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9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석했다.
▲ 대전미술을 지켜온 작가들의 생생한 추억을 들을 수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9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석했다.
▲`환쟁이`이라 불리던 손가락질 받던 시절 5~60년대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삶을 되돌아보기도 어려웠던 50년대 중반. 먹고 살기도 힘든 때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서는 일은 비난받기 십상이었다. 제대로 된 그림을 감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은 감출 수 없었다.

`환쟁이`라 손가락질 받았지만 모래 바닥을 캔버스 삼아 기름을 물감삼아 그림을 그렸다.
조영동 작가는 "50년대에는 부잣집도 종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마당에 그림을 그리거나 판 위에 흙을 올려놓고 그렸다"며 "물감도 아주까리 기름에 색을 섞어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에 남성도 드러내놓고 그림그리기 어려운 시절, 여성은 오죽했을까.
여성 작가 권탁원씨는 "지금은 미술하는 여성이 많지만 6.25전쟁 무렵에는 남자도 미술한다고 하면 손가락질 받던 시절인데 당시 여중생이 미술을 한다니 주위에서 얼마나 나무랐겠느냐"며 "하지만 어려서 그림 그리는 재주 밖에 없어 일찍부터 그림을 미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술에 대한 낮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그림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 사람은 이동훈, 김철호 같은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정규 미술교육은 없었지만 소질있는 제자들을 발굴해 대전 미술의 씨앗을 뿌렸다.

대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길러낸 김철호 작가는 "50년대 대전충남에는 미술대학은 커녕 고등학교에 미술반도 없었다"며 "운이 좋게 미술을 먼저 배워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고 뛰어난 제자들이 많이 나타나 지역 미술의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전미술을 지켜온 작가들의 생생한 추억을 들을 수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9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석했다.
▲ 대전미술을 지켜온 작가들의 생생한 추억을 들을 수 있었던 ‘작가와의 대화’가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달 9일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각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24명이 참석했다.
▲토양이 다져지기 시작한 70년대

70년대 들어서면서 미술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에 미술 수업이 생기면서 미술교사 수요가 증가했고 자연스레 미술 입시 화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술 동호인 모임도 하나 둘 탄생했다.

김치중 배재대 교수는 70년대 미술의 발전은 화실의 발전과 동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미술교육이 부족했던 시절 미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주로 개인 화실에서 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갔다"며 "미술인구가 늘어나면서 화실은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시 지역미술의 발전사는 화실의 발전사와 더불어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미술 작가는 그림 그리는 기술자 취급을 받을 만큼 미술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70년대 성모여고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했던 김여성 작가는 "당시 학교 행사에 사용할 플래카드가 필요했는데 그 일을 미술교사인 나에게 지시했었다"며 당시 미술하는 사람을 예술가로 보지 않고 기술자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실망해 74년 뉴욕으로 건너갔다고 덧붙였다.

또,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인식을 재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모전의 문제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작직 우송대학교 교수는 "당시에는 공모전이나 국전에 입상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심사위원으로 있는 교수의 화풍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 면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20대의 젊은 작가는 출세를 위한 미술에 반기를 들고 독창적 예술활동을 펼치며 미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정의했다.

▲변화를 주도한 80년대
80년대를 전후해 지역에 미술대학이 잇따라 신설되면서 미술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시내 곳곳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이재호 한남대 교수는 "70년에 100명도 안되던 미협회원이 미술대학이 신설되면서 80년대에는 300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대흥동 을 중심으로 10여개가 넘는 화랑이 생겨나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확보됐고 이런 인적 자원의 풍족함이 결국 대전 미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술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시도도 이어졌다. 특히 정치적 억압의 시대에 미술인 고정된 사고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19751225(현 한남대 동문모임)`전을 창단했던 이종협 한남대 교수는 당시 대전 미술의 분위기를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시기로 해석했다.

그는 "미술사를 돌아보면 전쟁으로 황폐가 된 후 새로운 미술 시도가 있듯이 당시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던 대학생들은 새로운 미술에 대한 탐구로 일탈을 꿈꾸던 시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1~2명만 모이면 제재를 받던 시절이어서 19751225전을 창립할 때도 경찰의 단속이 심해 몇차례 늦춰졌었다"며 "그럼에도 모임을 만들고 미술하는 또래들과 어울려 어떻게 하면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시대 분위기에 대전에는 타시도에 비해 일찍 설치미술이나 행위예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안치인 목원대 교수는 "78세대전(목원대)이나 80년대 야투, 대전 실험작가회 같은 실험적인 미술 시도를 하는 작가 군(群)이 형성됐다"며 "당시 야투가 성장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탄생시켰듯 대전은 설치·행위 예술의 기원지였다"고 말했다.

▲과도기의 90년대
뜨겁게 달아올랐던 80년대의 열기는 90년대 들어 과도기를 맞이했다. 다양한 시도가 벌어졌던 80년대를 지나면서 미술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시간이 마련됐다. 젊은 작가들은 기존의 그룹전에서 탈피해 미술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며 기획전과 개인 작업을 통해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또, 한켠에서는 새로운 세기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에 매달려 흥분해 있기도 했다.

이갑재 작가는 "80년대 선배 작가들의 획기 적인 시도가 2000년대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침체된 것 같다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90년대 등장한 이공갤러리가 공모전 등에서 멀리 있는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존재하고 롯데화랑, 반지하 등이 생겨나면서 더디지만 변화되는 모습이 보여 다행스럽다"며 "대전 미술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작가와의 대화` 참여 작가
5~60년대-김철호, 임봉재, 권탁원(여), 송진세, 조영동, 임양수
70년대-정장직, 조창례(여), 김여성, 정영복, 박명규, 김치중
80년대-김기권, 김철겸, 민동기, 이재호, 안치인, 이종협
90년대-조상영, 이갑재, 이재우, 김영호, 정재성, 강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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