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구제 금융안 합의라는 호재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율은 천장이 뚫린 듯 올랐고, 주가도 환율에 발목을 잡혀 하락세로 반전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1188원 8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말보다 28원 30전이나 올랐고, 엿새 동안 49원, 두 달 사이 무려 180원 정도 올랐다.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국내 달러 부족사태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백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정부 조치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은 오늘 다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조만간 1200원선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 하락요인이 거의 없는 가운데 갖가지 환율 상승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1200원선으로 안착은 물론 그 이상으로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도 환율의 덫에 걸려 하락세로 반전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19.97포인트 내린 1456.3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구제금융안 합의 소식에 장 초반 1,500선을 넘보기도 했으나 환율 급등으로 다시 하락한 것이다. 기관이 이날 하루 7천6백억 가량을 순매도했는데, 지난 98년 통계 작성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다만 환율 급등에도 채권 값은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강세로 전환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보다 0.03퍼센트 포인트 내린 연 5.98퍼센트를 기록했다.[노컷뉴스김학일 기자/중도일보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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