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미국이 자본주의 국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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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미국이 자본주의 국가입니까?”

[경제칼럼]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신금융자본주의의 쇠락

  • 승인 2008-09-28 00:00
  • 신문게재 2008-09-29 21면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미국이 자본주의 국가입니까, 사회주의 국가지.”
최근 1조 달러 운운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 발표를 두고 나온 얘기에 모두 웃고 말았지만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토록 기세 등등하던 미국 투자은행(IB)들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되면서 대공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들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식 자본주의가 휘청거린다는 느낌이다.

19세기 산업화는 신흥 산업자본가를 낳았고, 이들은 끊임없는 전쟁 속에 독점사업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독점자본주의를 태동시켰다. 그러나 산업활동 자체가 결국 자본의 뒷받침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점차 금융자본가들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실제 지난 1913년 연준(FRB)이 탄생되기 전만 해도 미 5대 은행의 자산규모가 GNP의 6할을 차지했고 모건가(家)가 실질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강철왕 카네기조차 크게 휘둘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방임 상황은 대공황을 계기로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초래했다.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지난 1933년 유명한 글래스스티걸법을 제정,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고 문어발식 금융업의 폐해를 차단하게 됐다.

이로써 소위 1차 금융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면서 금융자본가들은 기업지배자에서 투자자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기조는 20세기가 다 지나도록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경제력의 증가에 따른 증권 및 자본시장의 발달, 국제화의 진전으로 다시금 금융이 기업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자 정부주도의 금융시스템 해체와 자본시장의 급격한 개방이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규모 투자자본에 의해 기업의 인수합병 및 기업사냥이 자행됐고 은행보다는 기관투자자나 M&A시장이 기업을 규율하면서 금융의 산업지배가 재차 시작됐다. 그 배경에는 시장간섭 배제와 자본의 글로벌이동을 전제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이념이 깔려 있었다. 기업의 패권이 소유자(Owner)에서 경영자를 거쳐 90년대 이후 신금융(New finance)으로 이전되면서 경쟁과 도태를 당연시 여기게 되고 그 와중에 노동시장의 안전성이 무너져 내렸다.

리스크는 회피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통제받지 않는 자본의 이동과 증식이 확대되었고 금융시장은 글로벌 펀드라는 새로운 주체를 탄생시켰다. IT기술, 외환거래와 파생상품기법의 혁신적 발전에 힘입어 뮤추얼펀드,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국부펀드(SWF) 등이 속속 등장했다.이들이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면서 금융 및 산업의 주체이자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부상하였다는 것이 바로 신금융자본주의의 요체다.

칼라일(Carlyle)을 선두로 하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수는 현재 약 1만개로 추산되는데 미 상장주식의 30%를 이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행태 또한 일시적 투자에 의한 재무차익을 챙긴 다음 성공적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하다. 실제 최근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대신 장기투자를 줄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자본투자 방식은 과도한 레버리지와 금융가속도 효과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상품화 과정에서 금융혁신의 속도가 워낙 빨라 제도적 대응이 더디고 내부 검증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모기지 사태도 알고 보면 미래의 현금유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입도선매식의 리스크를 전제하는 것이었음에도 구조화금융기법 등에 가려져 무차별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변질되었던 것이다.

이번 위기가 미국식 신금융자본주의의 쇠락으로 연결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머니게임의 주도세력이라든가 상품거래방식에서 상당한 변화와 규제가 뒤따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생겨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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