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기 대전대 군사학과장 |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맞아 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동안 장년 국군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은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이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군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말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 군이 직면하고 있고 앞으로 직면하게 될 과제들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내외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강요받게 될 국방 및 군사 정책의 변화는 우리 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따른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 한미동맹의 질적인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안정적인 국방예산의 확보 애로 등은 우리 군에 커다란 도전과 과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해 우리 군은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극복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북한내 급변사태발생 가능성에 대한 대비 문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체적 건강이 한계점에 이르렀고, 지난 정권 승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김정일의 세 아들 중 누가 권력을 승계하게 될지 분명치 않기 때문에 파벌간 권력투쟁이 점쳐지기도 한다. 북한내 정변이나 정권 붕괴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수백만의 탈북 난민이 발생하는 등 극단적인 사태 전개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장래와 관련해 이보다 더 중차대한 안보현안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북한 정권의 붕괴나 내부 급변사태를 다루기 위한 것은 ‘개념계획’밖에 없는 상태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 북한 자극 가능성을 우려해 ‘개념계획’에 대한 한미간 조율을 중단시켰다. 군은 한국 정부 및 미 국방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바꾸고 유사시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둘째, 전반적인 한미동맹의 변환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포함한 미래 한미지휘관계 조정에 따른 한국군의 자체 방위 역량 확충, 전략타격력이나 정보자산에 있어 한미공유체제의 확보 등을 한미간 상호신뢰와 협조 속에 차질 없이 달성해야 할 것이다. 이미 발표된 ‘국방개혁 2020’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셋째, 21세기를 지향하면서 국방분야에서는 아직도 개선해야할 점들이 남아 있다.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였지만 전략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자주화, 전문화, 토착화 되지 못하고 많은 측면에서 미국 모방 위주로 나가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각 분야별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여 전략, 정책, 예산, 관리, 방산 등의 분야에서 전문화를 체계화시키고 첨단 관리방식을 많이 배워서 군내에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넷째, 현대국가는 전쟁이란 전통적 위협과 더불어 테러, 대량살상무기, 마약 및 범죄, 재해, 재난 등의 새로운 위협에 따른 안보의 일상화로 군사적, 비군사적 요소가 통합된 정책 결정과 효과적 대응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민군관계 협력이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민과 군을 분리된 것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확립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만 관심을 경주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민군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군은 물론 민간 사회도 현대국가에서 요구되는 한 차원 높은 민군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문민통제의 원칙 하에서 민간엘리트와 군부엘리트간에 가치 및 지식을 적절히 공유하고, 서로간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안보정책 및 국방정책을 수립하며, 선진 민군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민군관계가 정립된다면 적정 국방비 확보 문제도 보다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속에서 선진화된 국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지원이 절대적인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군은 기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사회가 민주화·개방화·지방화로 발전하는 데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되고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 명실 공히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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