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통업체 카드깡 무방비

직원연루 수억상당 대규모 카드깡 사건 발생 충남경찰 카드깡 업자 1명 구속.26명 불구속입건

지역의 대형 유통업체 직원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카드깡 업자에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물품을 대량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홈에버 유성점과 문화점 등 대전지역 대형 유통업체 2곳에서 지난해 12월부터 2달 간 카드깡 업자에게 판매된 쌀과 주류만도 6억 8000만원 상당. 이 과정에서 카드깡 업자들은 유통업체 직원들과 짜고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와 개인정보를 물품 구입 대금 결제에 사용해 왔다.

이들은 한번에 브로커를 통해 대부업자로부터 넘겨받은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 7~8장을 이용해 수천만원 씩의 물품을 구입, 시중에 판매해 왔고, 유통업체 직원들은 이들이 사용한 카드가 다른 사람의 것임을 알면서도 대금 결제를 승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 직원들이 물품 구매 과정을 허술하게 관리한 것은 물론 카드깡 업자들의 불법적인 물품 구입을 묵인하거나 또는 매출 실적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악용해 온 셈이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해당 유통업체의 고액 결재 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카드깡 업자 배모(42)씨를 여신금융업법 위반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해당 유통업체 직원 이모(37)씨 등 2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 등은 대부업자와 중간브로커, 카드깡 업자 등이 점조직으로 연결된 형태로 범행을 벌여 왔으며, 이 과정에 유통업체 직원 10여 명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정상적으로 물품을 판매한 것 뿐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드깡 업자가 다량의 타인 명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한번에 수천만원대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 관계자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의 개입이 없다면 유통업체에서 카드깡으로 수억원대 물품이 팔려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부업자와, 브로커, 유통업체 관계자 등 관련자 전원을 입건했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