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씨가 퇴근후 동료들과 가진 회식자리의 메뉴는 한우 등심. 식당 메뉴판에 국내산 한우로 표시됐던 이 쇠고기는 알고보니 미국산이었다.
#3. 식사를 마치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신 A씨는 자녀에게 줄 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이 커피의 프림과 과자에서는 신장 및 방광 결석 등을 일으키는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
▲ 최근 멜라민 과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28일 대전지역의 한 대형유통매장에 ‘멜라민 검출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계속된 식품안전 문제로 인한 시민들의 공포는 불안을 넘어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쇠고기를 비롯한 각종 수입 식품의 원산지 표시문제와 각종 식품에서의 잇따른 이물질 검출, 멜라민 파문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은 한마디로 ‘믿고 먹을 수 있는게 없다`는 반응이다.
주부 이모(36)씨는 “멜리민이 검출됐다는 과자 제품을 아이들에게 자주 사 먹이곤 했는데 도대체 뭘 믿고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식품 안전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각종 수입 식품이 광범위한 유통경로를 거쳐 빠르게 판매·소비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회수나 판매 중지 조치가 쉽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식약청이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사이클라메이트 등 위해 물질이 검출된 수입 식품에 대한 회수율이 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에 대한 회수 명령과 함께 검사가 진행 중인 305개 품목에 대한 일시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지만 지역의 소규모 점포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여전히 진열·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중구 문화동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8)씨는 “어떤 걸 팔면 안되는지 정확히 몰라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도 시끄러우니까 과자 자체를 사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일원화 되지 못한 식품안전 관리 체계와 수입식품의 상당수가 단순히 ‘수입산`으로만 표시돼 원산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점 등도 먹을거리 불안을 부축이는 요소다.
대전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무엇보다 빠른 회수 절차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식품안전행정체계를 구축,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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