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樂器匠) 표태선(48)씨.
“하루 밥 세끼 먹기도 힘든 시절 추운 겨울 슬레이트 지붕 아래 판자 하나 깔고 살면서도 가야금 만드는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처음 악기 만드는 기술을 배우던 30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는 표 씨는 “그래도 지금은 밥 걱정과 추위 걱정은 안 해도 되니 행복하지 않느냐”며 웃는다.
앞집에서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에 반해 악기 만드는 것을 배우게 됐다는 표 씨는 30년 외길을 걸어오며 “전통악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현악기에서 형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데 매료돼 힘든 것도 잊는다”고 말한다.
현악기는 다른 국악기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잘라 말리는 것부터 제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표 씨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고 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기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좋은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樂器匠) 표태선(48)씨. |
그래서인지 보문산 자락에 있는 표 씨의 작업실인 명인국악기제작소(대전시 중구 문화동) 지붕과 앞마당에는 수십 년 된 오동나무부터 지난겨울 구해다 놓은 것까지 나무판자들이 빨래처럼 널려 있다.
밑판은 해와 달 모양의 구멍을 뚫어 소리가 잘 울리도록 만든 후 위판과 밑판 사이에 졸대를 접착 시켜 머리 부분에 용두장식을 하는데 소뼈와 상아, 나무를 활용해 쌍 희(囍)무늬 등 다양한 장식을 한다.
몸판을 완성시킨 후 안족(雁足)을 만들고 여러 줄의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을 걸면 가야금이 탄생하는데 표 씨가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가야금의 줄을 고르고 혼을 불어 넣는 과정이다.
▲ 표씨가 가야금 산조를 들려주고 있다. |
자신이 만든 악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20여년이 지나도 소리와 모양에 변함이 없다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표 씨는 “우리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들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국악에 대한 관심과 국악기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들려준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념해 오는 28일까지 대전선사박물관에서 전통 현악기 특별전을 열고 있는 표 씨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좋은 현악기를 만드는 일과 제자 양성을 통해 자그마한 박물관을 마련하는 게 꿈”이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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