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대화]“오동나무에 숨결넣어 만드는 가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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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대화]“오동나무에 숨결넣어 만드는 가야금

세상 하나밖에 없는 가야금에 혼을 불어 넣는다”

  • 승인 2008-09-28 00:00
  • 신문게재 2008-09-29 23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입고 있던 옷 한 벌과 단돈 8000원을 쥐고 서울에 올라가 가야금 만드는 기술을 배운 열 아홉 살 청년이 우리나라 최고의 ‘현악기의 장인(匠人)’이 되었다.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樂器匠) 표태선(48)씨.

“하루 밥 세끼 먹기도 힘든 시절 추운 겨울 슬레이트 지붕 아래 판자 하나 깔고 살면서도 가야금 만드는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처음 악기 만드는 기술을 배우던 30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는 표 씨는 “그래도 지금은 밥 걱정과 추위 걱정은 안 해도 되니 행복하지 않느냐”며 웃는다.

앞집에서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에 반해 악기 만드는 것을 배우게 됐다는 표 씨는 30년 외길을 걸어오며 “전통악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현악기에서 형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데 매료돼 힘든 것도 잊는다”고 말한다.

현악기는 다른 국악기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잘라 말리는 것부터 제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표 씨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고 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기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좋은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樂器匠) 표태선(48)씨.
▲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8호 악기장(樂器匠) 표태선(48)씨.
가야금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20일~1달 가량이 소요되는데 위판으로 쓰이는 오동나무와 밑판인 밤나무를 3년 정도 눈.비를 맞히면서 자연 건조한 후 대패를 이용해 판을 다듬어 인두질을 한다.

그래서인지 보문산 자락에 있는 표 씨의 작업실인 명인국악기제작소(대전시 중구 문화동) 지붕과 앞마당에는 수십 년 된 오동나무부터 지난겨울 구해다 놓은 것까지 나무판자들이 빨래처럼 널려 있다.

밑판은 해와 달 모양의 구멍을 뚫어 소리가 잘 울리도록 만든 후 위판과 밑판 사이에 졸대를 접착 시켜 머리 부분에 용두장식을 하는데 소뼈와 상아, 나무를 활용해 쌍 희(囍)무늬 등 다양한 장식을 한다.

몸판을 완성시킨 후 안족(雁足)을 만들고 여러 줄의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을 걸면 가야금이 탄생하는데 표 씨가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가야금의 줄을 고르고 혼을 불어 넣는 과정이다.

▲ 표씨가 가야금 산조를 들려주고 있다.
▲ 표씨가 가야금 산조를 들려주고 있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이 넘는 오동나무를 사용해 만들어낸 가야금인데 여기에 혼을 불어 넣고 정성을 기울여야 심금을 울리는 은은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자신이 만든 악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20여년이 지나도 소리와 모양에 변함이 없다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표 씨는 “우리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들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국악에 대한 관심과 국악기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들려준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념해 오는 28일까지 대전선사박물관에서 전통 현악기 특별전을 열고 있는 표 씨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좋은 현악기를 만드는 일과 제자 양성을 통해 자그마한 박물관을 마련하는 게 꿈”이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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