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그런데 이후의 후속 보도를 보니 자살의 원인이 과도한 사채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착잡한 기분마저 들었다. 간혹 채무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빈곤함을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했었는데, 유명 연예인까지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하였다는 것은 채무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필자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하고 매 달 대출이자를 갚으면서 채무의 무거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지만 죽음에까지 이른 사람들을 바라 보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위 연예인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 계제에서 개인의 과도한 채무가 과연 그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무능에만 기인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법제에서도 2004년 3월 “개인채무자회생법”이 제정되어 개인채무자갱생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으며, 2005년 3월에는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개인채무자회생법을 통합하여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제의 정비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양하겠지만, 채무자의 구제를 방치할 경우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회경제적 고려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채무가 비단 그 경제주체의 책임만으로 떠넘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은 제1조에서 법제정의 목적에 대하여 ‘이 법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의 목적규정도 위 해석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막다른 길에 이른 사람들의 구제에 앞서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물론 채무의 발생원인에 따라서 달리 바라 봐야 할 필요는 있다. 경제주체의 욕심이나 도덕적 해이 등 바로 그 주체에게 책임을 귀속시켜야 마땅한 경우와 생활고에서 비롯한 채무, 불공정한 하도급 조건에서 비롯한 악성 채무 등은 구별되어져야 한다. 필자는 바로 후자, 즉 마땅히 그 경제주체의 책임으로 귀속시킴이 당연한 채무외의 채무는 구제에 앞서 예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국가의 헌법은 흔히 복지국가 헌법이라고 한다. 즉 현대에 있어 헌법의 이념으로서 복지의 개념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린다. 그리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이 복지를 위하여 당연히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현대 복지국가헌법에서는 기본적인 법리로되어 있다. 즉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경제활동이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룩한 밑거름이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부의 편재로 인하여 불평등한 계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외피만 계약의 자유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불평등의 강요라는 반성이 현대 복지국가헌법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에게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구조를 개혁하여 계약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그것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할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채무는 최대한 발생 자체가 억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 요체는 경제의 불평등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경제의 민주화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렇듯 우리 가까이에서 문제되는 것이다. 시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유행하고 있는 요즘 과연 시장에만 경제를 맡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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