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양 과장광고 제소취하 왜?

지역中企 발목잡기 여론 부담… 오투린 부각 역효과 우려

(주)진로가 ‘과장광고를 했다`며 (주)선양을 대전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가 취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취하 후 (주)진로가 아닌 개인 명의로 유사한 민원이 또 다시 접수돼 ‘부담덜기식` 취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23일 진로와 선양 등에 따르면, 진로는 선양이 ‘산소가 3배 많아 1시간 일찍 깬다`고 주장하는 O2린 소주 광고가 과장광고라며 공정위에 제소한 뒤 열흘만인 지난 10일 전격 취하했다.

진로는 지난달 선양이 출시한 O2린이 ‘한 시간 먼저 깨는`이라는 문구가 부당한 허위광고라며 대전지역공정거래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숙취해소 효과에 대한 메커니즘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양이 ‘산소가 3배 많아 1시간 먼저 깬다`는 광고를 했고, O2린에 들어있는 산소를 소비자가 전량 섭취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전지점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본사 결정에 따라 제소 10여 일 만에 소를 취하했다.

국내 최대 소주업체인 진로가 지방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과 오히려 O2린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취하한 주요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국세청과 공정위가 조용히 해결하자는 식으로 중재에 나서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분위기다.

진로 명의로는 취하했지만, 곧바로, 특정인이 개인 명의로 대전공정위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민원 내용도 진로 측이 주장한 ‘한 시간 먼저 깨는`과 흡사하다. 진로의 취하와 특정인의 민원 제기의 시기와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거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힌다는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진로가 제소를 취하했다고 공정위가 조사를 그만두는 건 아니다. 취하하기 전 공정위는 이미 선양 측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고, 아직 많은 자료가 도착하지 않았으며 특히 민원이 제기된 만큼, 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취하해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사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인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에 조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