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교육 기관이었던 향교와 서원 앞에 으레 서 있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또는 ‘하마비(下馬碑)`라고 새긴 비석이 한 회사 창고 사무실 입구에 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주)세한이라는 이 회사는 주차장 안전시설과 장애인 편의시설을 생산하는 업체로 진잠향교 홍살문 앞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4월 부지를 임대한 이 업체는 현재 이곳을 창고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진잠향교의 하마비는 회사 입구 울타리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의 뜻대로라면 이 회사에 들어설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라는 의미가 된다.
진잠향교는 조선 태종 5년(1405년)에 처음 지어진 뒤 수차례 보수한 것으로 대성전과 명륜당, 동재와 서재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대전시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돼 있는 대성전에서는 지금도 매년 두 차례 공자를 비롯한 중국과 우리나라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석전대제)를 지내고 있으며 명륜당은 강학공간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다.
특히 대전에 남아 있는 두 곳의 향교 중 회덕향교에서는 볼 수 없는 학생들의 기숙사였던 진잠향교의 동재와 서재는 중요한 교육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을 데리고 진잠향교를 자주 답사하는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향교와 서원 입구에 있는 하마비는 홍살문과 함께 이곳이 성현들을 모시고 공부하는 신성한 교육기관임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며 “본래 의미를 잃은 채 회사 입구에 서 있는 하마비 모습이 옹색하기 그지없다”며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진잠향교 신명수 전교는 “하마비가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향교가 처음 지어진 조선 초기에 함께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래는 마을 입구에 있던 것을 인근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임연희 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