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고 앞에 진잠향교 하마비가?

  • 사회/교육
  • 미담

회사 창고 앞에 진잠향교 하마비가?

  • 승인 2008-09-22 00:00
  • 신문게재 2008-09-23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향교 앞을 지날 때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시오.”

조선시대 교육 기관이었던 향교와 서원 앞에 으레 서 있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또는 ‘하마비(下馬碑)`라고 새긴 비석이 한 회사 창고 사무실 입구에 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주)세한이라는 이 회사는 주차장 안전시설과 장애인 편의시설을 생산하는 업체로 진잠향교 홍살문 앞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4월 부지를 임대한 이 업체는 현재 이곳을 창고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진잠향교의 하마비는 회사 입구 울타리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의 뜻대로라면 이 회사에 들어설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라는 의미가 된다.

진잠향교는 조선 태종 5년(1405년)에 처음 지어진 뒤 수차례 보수한 것으로 대성전과 명륜당, 동재와 서재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대전시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돼 있는 대성전에서는 지금도 매년 두 차례 공자를 비롯한 중국과 우리나라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석전대제)를 지내고 있으며 명륜당은 강학공간으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다.

특히 대전에 남아 있는 두 곳의 향교 중 회덕향교에서는 볼 수 없는 학생들의 기숙사였던 진잠향교의 동재와 서재는 중요한 교육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하마비가 회사 입구에 서 있는데 대해 업체 관계자는 “이 비석이 하마비라는 것과 비석의 의미는 알고 있다”면서 “향교 땅을 임대 사용하고 있는데 회사 입구 바로 옆에 비석이 세워져 있어 차량이 지날 때마다 혹시 훼손되지 않을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들을 데리고 진잠향교를 자주 답사하는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향교와 서원 입구에 있는 하마비는 홍살문과 함께 이곳이 성현들을 모시고 공부하는 신성한 교육기관임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며 “본래 의미를 잃은 채 회사 입구에 서 있는 하마비 모습이 옹색하기 그지없다”며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진잠향교 신명수 전교는 “하마비가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향교가 처음 지어진 조선 초기에 함께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래는 마을 입구에 있던 것을 인근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임연희 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