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운하 대전중부경찰서장 |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의 치외법권 지역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성매매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곳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증언과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유천동 집결지는 전국의 성매매집결지 중에서도 업주에 의한 감시와 감금, 폭행과 갈취 등 인권유린이 가장 심각한 곳임이 확인되었다. 유천동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인권문제인 이유이다.
▲유천동은 치외법권이 아니다=관할 대전중부경찰서에서 그간 집결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해오기는 했지만 일회성 처방에 그칠 뿐 근원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다. 결국 집결지 해체만이 유일무이한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경찰에서는 설문조사,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며 여론을 모아 나갔고 업주들에게도 모종의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며 반발이 최소화되도록 하였다. 마침내 지난 7. 17. 유천동 집결지의 완전한 해체를 목표로 하는 유천동 집결지 종합정비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불법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집결지 존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 종합정비대책에는 몇가지 큰 특징이 있는 바, 그 첫째는 경찰 단독이 아닌 구청, 소방, 세무서 등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종합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한 점이고, 둘째는 무관용(Zero Tolerance)의 원칙에 입각하여 공세적인 단속과 불이익의 극대화로 업주들의 반발 내지는 영업 의지를 제압한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홍보전략으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성원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종합정비대책을 강력히 시행한지 정확히 두 달만에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0년 가까이 연중무휴로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던 유천동 홍등가의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이다. 대부분의 업소가 자진해서 휴`폐업계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영업 재개 여부를 예의 주시하면서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예정이지만 집결지 해체가 본 궤도에 돌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같은 대전중부경찰서의 성과는 미국 보스턴 경찰이 관내에서 각종 총기 사건이 급증하자 특단의 대책으로 시행하였던 ‘시스 화이어(사격중지) 작전’(Operation Cease-Fire)의 성과와 견줄만하다. 이 작전은 보스턴 경찰국장이 갱단뿐만 아니라 24세 이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총기 사건이 급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벌였던 작전인데 시행 2년 만에 보스턴 시내의 총기 사건 발생율을 반 이하로 떨어뜨린 아주 성공적인 작전으로 평가 받고 있어 LA 등 다른 도시에서도 널리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스 화이어 작전’(Operation Cease-Fire)이 대전중부경찰서의 유천동 집결지 해체 작업과 여러 가지로 흡사하다. 예를 들면, 유관기관들이 총동원되었다는 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였다는 점, 언론과 홍보대책을 중시했다는 점 등이다. 이는 한 지역의 고질적인 범죄 문제는 경찰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problem oriented)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을 바탕으로 유관기관, 지역`시민 사회 모두가 협력하여 노력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유천동 집결지의 불이 완전히 꺼졌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풍선효과의 우려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립`자활 지원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성매매 영업이 재개되지 못하도록 일관된 방침의 단속활동이 지속되어야 하며 이번 기회에 유천동이 새로운 도시기능을 담당하도록 도시 정비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성매매와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불리우며 악덕 성매매 업주들의 무법천지였던 유천동을 이번 기회에 다시금 지역 주민의 품으로 확실히 되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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