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환 부여군수 |
서기 534년 백제의 무왕은 백제왕실의 부흥을 기원하기 위하여 건립한 사찰인 왕흥사가 낙성되어 배를 타고 절에 가서 행향 하였다. 그로부터 약 1400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왕흥사는 터만 남았고 나루의 흔적 역시 없지만, 백제의 후손인 부여의 군민들이 뜻을 모아 백마강에 부교를 만들어 그때의 역사를 재현한다.
길이 250m, 폭 2.5m로 설치되는 백마강 부교는 그 규모로만 보아도 국내 최대의 크기이며, 백제역사를 품어온 백마강을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쉼터도 마련하여 발을 담그고 백마강의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야간에는 보행자의 안전과 부교의 운치를 더하기 위하여 경관조명도 설치된다. 또한 부교를 건너면 그 옛날 무왕이 행향하였던 왕흥사 발굴현장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만선의 꿈이 가득한 백제의 무역선을 형상화 한 강원대학교 임근우 교수의 설치깃발전, 농촌의 다양한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굿뜨래 농촌 체험마을, 백제전통음식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시식 할 수 있는 백제전통음식관, 대 백제군의 마상예술을 두루 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서기 660년 백제의 왕궁은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왕궁터로 추정되는 지금의 관북리 일대에서는 왕궁의 부속건물로 추정되는 유적지가 발견되어 백제왕궁이 실재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규암면 합정리에 위치한 백제역사재현단지에는 그때의 왕궁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왕궁을 빛으로 재 창조하여 왕궁터로 추정되는 시내 한가운데에 거대한 조명시설물을 설치하였다.
‘백제의 빛’거리는 소요되는 전구 수 만해도 15만개가 훌쩍 넘는 말 그대로 빛의 잔치다. 백제의 주작대로 한가운데에 백제왕궁을 상징하는 빛의 조형믈로 왕궁을 재현하고 거리 자체를 왕궁터로 삼아 부여정도 150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공연과 거리퍼포먼스를 펼쳐 주민과 함께하는 백제문화제가 될 것이다.
백제문화제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백제문화의 선양이다. 그러한 뜻에서 역사를 재현하는 것은 백제문화제를 시작한 이래 최대의 목표이자 수단이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백제역사문화행렬 등의 퍼레이드와 백제인의 생활상을 그려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백제인의 충절을 기리는 제`불전은 백제문화제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프로그램만으로 백제문화제의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관광객이나 주민에게 여러 가지로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54회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설치되는 이 두개의 시설물은 백제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한다. 백마강을 잇고 왕궁을 재현하는 상징물의 설치는 백제문화제가 축제를 넘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이음매의 역할을 하여야 함을 나타낸다.
백제문화제가 여타의 축제처럼 1회성의 화려한 공연과 체험, 시끌벅적한 먹거리 장터의 풍경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찬란한 백제역사를 현재에 재창조하는 축제로서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창조하여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후손에게 백제역사문화를 어떠한 방법으로 물려주어야 가장 효과적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백제가 잊혀진 역사, 책에서만 보는 역사로 남겨진다는 점이다. ‘백마강부교’, ‘백제의 빛 거리’ 등 백제문화제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새로운 모든 역사재현을 위한 시도들이 밑거름이 되어 과거와 현재를 잇고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여 우리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