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원료 보관장소서 5분간 통화 파장 확산
대전지역 경제 관련 기관장이 연루된 기술유출 의혹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나서 수사를 벌일 정도다. 특히, 지역 기업을 보호해야할 기관의 수장이 다국적 기업과 함께 기술유출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독일의 B다국적 기업 연구원인 A씨가 지난달 26일 J기업 약품 교반 현장에 들어가면서 누군가와 계속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약품 교반 현장은 신제품 제작의 핵심 원료가 보관된 곳으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CCTV 촬영 등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
J기업이 개발한 신기술 일부에 대한 기술이전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J기업과 S산업은 건축용 판넬 등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이며, 다국적 기업 B사는 판넬과 단열재 등에 필수적인 우레탄 폼 생산 원료인 폴리올을 시판하는 회사다.
이날 C씨는 J기업 L대표를 만나 20분 정도 현장을 둘러본 후 L대표와 점심식사를 위해 회사를 나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두 대표가 식사하러간 사이, A연구원이 자신의 회사 상사와 통화하면서, 갑자기 J기업 공장 내부에 있는 약품 교반 현장에 들어갔다. CCTV에 찍힌 A연구원은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계속 회사 상사와 통화 중이었다. A연구원이 통화한 시간은 5~6분 정도.
그러나 이곳은 J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재료들이 보관된 장소로 알려졌다.
L대표는 “기술이전 협의차 방문했으면서, 이와 관련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 연구원까지 데려온 게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제품 중 불에 타지 않고 유해가스조차 발생하지 않는 제품은 없다. 핵심은 어떤 원료들을 어떻게 배합하는가다. 다국적 기업인 B사가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원료만 알면, 말 그대로 ‘떼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J기업 회장은 “기술이 유출되면, 심혈을 기울여온 노력이 물거품 되고, 결국 국부 손실로 이어진다”며 “다국적 기업의 파렴치한 행위이며, 사실이 드러날 경우 동조한 관련자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위 여부=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받은 국정원이 J사를 방문해 관련 자료를 가져갔고, 대전 중부경찰서 역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의 초점은 C대표와 A연구원이 동행한 이유와 이를 사전에 계획했는지 여부 등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지역 경제 관련 기관장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은 B사와 S산업의 관계 때문이다. B사는 우레탄 폼 생산 약품(원료)을 연구, 개발해 S산업에 시판하고, S산업은 B사의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하지만,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와 별개로, 기관장인 C씨가 다국적 기업 연구원과 동행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21일 C씨의 해명을 들으려 전화를 몇차례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국정원이 최근 공개한 국내 산업기술이 해외로 불법유출된 사건은 2004년부터 지난 5월까지 모두 130여 건이다. 이 중 65%가 중소기업에서 유출됐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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