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하연 클래식컬 발행인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공연 당일 객석 1층과 5층 맨 뒤에서 서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입석 자리를 오전 10시부터 15~20달러짜리 입석표를 발매한다. 팔 받침용 수평 막대에 개인용 전자 자막까지 설치돼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나 표를 예매하지 못한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도 5유로(약 6,000원)짜리 입석을 발매하고 있다. 공연 개막 45분 전부터 로비의 자동판매기에서 1인당 2장씩 살 수 있다. 2004년도에 재개관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은 개, 보수 공사를 하면서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입석을 없애려 했다. 이에 오페라팬들이 극장 앞에서 촛불 시위를 하고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극장 측은 좌석을 뜯어내고 140명을 수용하는 10유로짜리 입석을 다시 만들었다.
빈 슈타츠 오퍼의 입석은 이보다 훨씬 싸다. 발코니석은 2유로(약 2500원), 무대가 가장 잘 보인다는 1층 뒤쪽은 3.5유로(약 4000원)다. 매일 저녁 567명이 카푸치노 한 잔 값으로 오페라를 즐긴다. 시즌 내내 언제라도 관람할 수 있는 입석 시즌 패스(60유로), 50장짜리 발코니 입석 쿠폰(75유로)도 불티나게 팔린다.
어디 그뿐인가.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헝가리 국립 오페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 오퍼,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도 입석이 마련돼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론 오페라 극장에서는 무려 1,000명이 서서 오페라를 관람한다.
입석 구매자들은 정말이지 오페라가 좋아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다. 매일 저녁 관람하고 싶지만 좌석표를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음악팬들이다. 가수나 지휘자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가차 없이 야유를 퍼붓고, 제대로 연주하면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들이다. 공연의 성패는 입석의 분위기에 따라 갈린다.
오는 10월 2일부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토스카”가 무대에 올려진다. 입장권은 10만원에서 C석 2만원까지 판매가 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보기 중간급 정도의 좌석에서 위해서는 최소 30만원 이상이 소요될 것 같다. 이런 상황은 지금의 사회 통념상 오페라가 부유층이나 엘리트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입석표를 판매하지 않는다. 물론 연주회 분위기나 장시간 서서 관람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소란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서 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염려는 기우일 수 있다. 입석표는 표를 사기 위해 줄 서 기다리느라, 서서 듣느라 두 발이 퉁퉁 붓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페라 선율에 심취하다 보면 이도 저도 잊어버린다. 서서 관람하면 무대도 훨씬 잘 보이고 소리도 더 잘 들린다. 입석은 미래의 오페라 관객을 키워내는 요람이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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