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아메리카는 세계최대의 골드 보유국이다. 8134톤이나 된다. 미국시민 소유는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지도 못한다. 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양이다. 둘째 자리를 차지하는 독일의 두 배 반이나 된다.
금값은 올라가기만 한다. 종이돈이 만약 휴지가 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정도면 무너질 염려도 없다. 안심감이 미국정부의 채권에 투자하게 만든다. 산재해 있던 돈이 마구 흘러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휘청거린다. 거대 투자은행이 합병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파산도 신청했다. 감기가 독감이 되어 세계에 퍼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은 출처가 불명확하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치 않다. 물건으로 물건을 교환하는 불편을 제거하기 위해 나왔다는 점은 확실하다. 지폐와 동전의 출현이다.
조개껍질이나 소금을 비롯한 금과 은이라는 화폐 대용품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진기한 돈이 있었다. 거북의 이빨을 쓰기도 했다. 방아 찢는 돌도 한몫했다.
인생이 우롱 당한다. 돈 있으면 웃는다. 내심 신나면서도 없는 척 표정관리도 한다. 없으면 울상이다. 허세 부려도 곧 들통 난다. 살 맛 나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누구는 경마장으로 향한다. 나는 로또를 산다.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한몫 잡으면 기부도 하고 좋은 일도 하리라 한다. 일확천금을 해봐야 시달리고 정신이 돌아버려서 다 날린다. 다른 그룹은 금광을 찾아 나선다. 나침반과 곡괭이 들고 산속을 헤맨다. 조짐이 보이면 광업권 출원부터 한다. 드물게 노다지 캐면 일약 부자반열에 오른다. 안되면 다시 알거지다.
샌 프란시스코는 아름다운 금문교가 상징이다. 금광으로 일어선 곳이다. 원래는 선교사들의 기독교 전도를 위한 전진기지였다. 1847년까지만 해도 불과 7백 명이 살았다. 근처에서 사금이 발견됐다. 2년 후 10만 명으로 불어났다. 금 부자 되려고 몰려든 이주자들(49ers)이었다. 같은 무렵 호주의 멜버른도 광풍에 휩싸였다. 골드러시다.
중국인들은 미 대륙의 서부 끝 이 해안가 도시를 구금산(舊金山)이라 불렀다. 대륙횡단철도의 완성과 더불어 정착했다. 노동노예 쿨리에게는 좋은 경기가 끝난 다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기다린 사회는 추악했다. 강도와 살인의 추억이 있었다. 음모와 배신의 기록이 있었다. 술 소비량은 전미 1위였다. 자살률도 높았다. 히피와 게이 집결지로 이어졌다.
다른 광물은 쭉 이어지면서 적어진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금은 갑자기 맥이 뚝 끊긴다. 의구심 속에서 땅굴을 방황한다. 반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돈도 마찬가지다. 머리와 꼬리가 있다. 어느 쪽을 잡느냐에 따라 처지가 달라진다. 추석날 집 주위를 산책하다 얼핏 들었다. 갑자기 돌아가시면 유산을 어떻게 하느냐는 이구동성이었다. 산 사람 놔두고 내 돈 걱정한다.
없으면 곤혹스럽다. 많아도 편치 않다. 내 마음이 저울이다. 지갑 열어 좋은 일 한다고 텅 비지 않는다. 조금 줄어들 뿐이다. 이내 훈훈함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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