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종 우송대학교 총장 |
초콜릿 한 조각을 받아든 손녀딸이 머리를 까딱하며 배시시 웃는다. 그 말랑한 두 볼 위로 살그머니 꽃이 피어난다. 달랑 손톱만한 초콜릿 한 조각 떼어 주었는데 월급봉투를 통째로 쥐어준 마누라보다 천 배는 많게 고맙다고 한 것이다. 하긴 마누라는 고맙다고 한적이나 있나 모르겠다. 단것을 먹이지 않으려는 아들 내외의 생각이 옳은듯하여 손녀가 예쁘고 또한 예쁜 짓을 해도 초콜릿을 통째로 주지를 못하고 그저 조금 떼어주지만 녀석은 천하를 얻은 듯 행복해하며 꾸벅 감사의 절을 한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피어오르지만 꿀꺽 참는다.
녀석의 행복함이 내게까지 전해지고, 그 애가 코딱지를 파는 것까지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마누라까지 덩달아 행복해한다. 늘 행복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어여쁘고, 주변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까지 저절로 행복하게 하는 그 애는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늘 앵무새처럼 아주 작은 일에도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한다. 놀이터에 나가 미끄럼을 태워도 ‘고맙습니다’, 그러고 손을 씻겨 주어도 ‘고맙습니다’ 그러며, 지나가는 이가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더 깍듯이 ‘고맙습니다’하며 절을 한다.
그 애의 봄 햇살 같은 행복한 미소는 ‘고맙습니다’를 말할 때 정말이지 그 부리 같은 입술과 함께 한없이 아까우며 사랑스럽고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 천사를 바라보다보니 행복은 바로 그런 감사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사람들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명예, 권력, 재물, 사랑, 건강... 이런 모든 것을 추구하는 이유는 분명 행복하게 잘 살고자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이 행복의 방법이나 행복의 길을 찾아 평생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다가 결국 행복은 제 마음 가운데 있다고들 하게 된다.
그러면, 그 복잡하고 스스로도 알 수없는 마음가운데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성현군자나 예수는 사랑하는 마음을, 부처는 욕심을 버린 빈 마음을, 성직자 등 종교인은 신을 섬기는 마음을 행복을 얻는 마음의 조건으로 삼지만, 한없이 맑고 어여쁜 내 손녀를 보면서 나는 ‘감사하는 마음’이 바로 행복을 가져오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 감사해보자. 우선 자식에게 한 번 감사해보자. 비록 공부 일등은 못하고 있지만 건강하고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 자식에게 감사하여보면 그런 가운데 내 마음이 저절로 환해질 것이다. 또한 자식은 잠깐이라도 부모에게 감사해보자. 비록 부모가 떵떵거리는 재벌 권력가는 아니지만 열심히 가정을 꾸려가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가. 그렇게 서로 감사하는 부모와 자식이 이루는 가정은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남편과 아내도 서로 감사해보자. 남편이나 아내가 유능하고 잘 나지는 않았지만 자식 낳고 함께 있음만으로도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절을 해보자.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질까? 서로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우선 감사하고, 그것도 내가 먼저 감사해보자. 이렇듯 감사한 마음만 가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그저 제 마음이 부실하여 행복하지도 못하고, 서로 성내고 원망함이 쌓여 으르렁대며 큰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감사해보자. 부모자식과 형제자매가 있는 나, 저절로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나, 장미 향기를 맡을 수도 있고 산비둘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는 나, 초콜릿 한 쪽에 마냥 고마워하며 행복한 손녀딸의 저 환한 미소를 보며 덩달아 몸을 떨며 웃는 마누라가 옆에 있는 나, 이러한 나 또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이렇듯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노라면 세상 모든 것이 고맙게 느껴지고, 세상이 고마우니 나 또한 고마운 존재가 되며, 따라서 온 세상이 밝은 선물로 꽉 찬 행복에 감사함이 더욱 커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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