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인]덥지 않은 추석을 꿈꾸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찬인]덥지 않은 추석을 꿈꾸며

[시론]박찬인 충남대 교수

  • 승인 2008-09-17 00:00
  • 신문게재 2008-09-18 21면
  • 박찬인 충남대 교수박찬인 충남대 교수
▲박찬인 충남대 교수
▲박찬인 충남대 교수
추석에 만난 친구가 “대전이 변했어. 나무가 많아졌네!” 하며 잔을 건넸다. “응! 더 심어야지. 너, 알잖아. 파리같은 도시는 녹색공간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을 받았다. 자전거 타는 운동이 더 급하다는 이야기, 9월 초에 만났던 영국의 환경운동가,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이야기,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작가 장 지오노가 ‘반문명’과 ‘생명’을 일깨워준 이야기, 전 소비에트 연방 대통령 고르바초프가 대둔산 진산휴양림에서 10월 초에 묵는다는 이야기 등을 주가와 유가 그리고 세계정세와 버무리며 주고받던 시간이 어느새 아득하다.

추석이 지난 지 나흘째지만 날씨는 여전히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며 여름을 붙들고 있다. 지난 연휴에 섭씨 32~33도를 오르내리던 기온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자주 접한다고 해서 친숙해질 그런 어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저항해야 할, 그리고 거시적 안목으로 막아야 할 재앙일 뿐이다.

지난여름만 돌아보아도 온난화 징후는 한둘이 아니다. 한반도에는 석 달 이상 폭염이 내리 쬐었고 그 열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서 살던 ‘주홍날개꽃매미’라는 듣도 보도 못하던 매미 떼가 출현해 중부지방의 과수들과 가죽나무, 참죽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있다. 아열대의 식생이 북상하면서 그것에 기생하던 곤충들도 따라 올라온 탓이란다.

바다는 바다대로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고기떼가 몰려다니는 시간도 바뀌었다.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무색하게 오징어는 이제 서해에서 다량으로 잡히는가 하면, 멸치는 동해에 출몰한다. 아열대 바다에서 살던 거대한 말미잘이 우리 근해에 넘쳐나고 해저에는 불가사리가 극성을 부린다. 어디 그뿐인가 화학물질로 인한 부영양화현상은 녹조류를 번식시키고 있다.

이미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녹조류는 죽어 부패하면서 산소를 고갈시키고, 그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생기는데 1960년대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약 15년간 프랑스에 사는 거의 모든 새(99.5%)가 서식지를 91㎞씩 북쪽으로 옮겼다는 보고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알다시피 이산화탄소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이산화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EU 각국은 서둘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저탄소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독일의 ‘탄소세’, 영국의 ‘기후변화부담금’, 프랑스의 ‘이산화탄소 배출 할인 및 할증제’,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녹색교통정책’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스럽게 우리 정부도 지난 달 국가의 미래전략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내세웠다. 청와대는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다만 유럽 각국에서 이미 시작했고 지난 6월 일본에서 발표한 ‘후쿠다 비전’의 내용이기도 한 ‘그린 그로스(Green Growth)’를 단순하게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소개한 것이라면 국민의 실망은 더 클 것이다. 아니 국민은 실망에 앞서 소리없이 다가오는 미래의 재앙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탄을 던질 지도 모른다.

정부의 발표가 힘을 얻으려면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그린 홈’,‘그린 카’ 등의 기술자립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인식 제고, 그리고 정부의 실천적 로드맵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권 그린벨트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한다는 정책은 어느 모로 보아도 유감천만한 일로 보인다. 정부는 ‘그린그로스’를 선언한 데 만족하지 말고 “친기업적 정부임을 앞세워 상수원 보호지역을 대폭 축소하고 환경 영향 평가 제도를 무력화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국가전략 녹색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