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인 충남대 교수 |
추석이 지난 지 나흘째지만 날씨는 여전히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며 여름을 붙들고 있다. 지난 연휴에 섭씨 32~33도를 오르내리던 기온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이변은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자주 접한다고 해서 친숙해질 그런 어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저항해야 할, 그리고 거시적 안목으로 막아야 할 재앙일 뿐이다.
지난여름만 돌아보아도 온난화 징후는 한둘이 아니다. 한반도에는 석 달 이상 폭염이 내리 쬐었고 그 열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서 살던 ‘주홍날개꽃매미’라는 듣도 보도 못하던 매미 떼가 출현해 중부지방의 과수들과 가죽나무, 참죽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있다. 아열대의 식생이 북상하면서 그것에 기생하던 곤충들도 따라 올라온 탓이란다.
바다는 바다대로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고기떼가 몰려다니는 시간도 바뀌었다.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무색하게 오징어는 이제 서해에서 다량으로 잡히는가 하면, 멸치는 동해에 출몰한다. 아열대 바다에서 살던 거대한 말미잘이 우리 근해에 넘쳐나고 해저에는 불가사리가 극성을 부린다. 어디 그뿐인가 화학물질로 인한 부영양화현상은 녹조류를 번식시키고 있다.
이미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녹조류는 죽어 부패하면서 산소를 고갈시키고, 그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생기는데 1960년대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약 15년간 프랑스에 사는 거의 모든 새(99.5%)가 서식지를 91㎞씩 북쪽으로 옮겼다는 보고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알다시피 이산화탄소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이산화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EU 각국은 서둘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저탄소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독일의 ‘탄소세’, 영국의 ‘기후변화부담금’, 프랑스의 ‘이산화탄소 배출 할인 및 할증제’,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녹색교통정책’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스럽게 우리 정부도 지난 달 국가의 미래전략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내세웠다. 청와대는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다만 유럽 각국에서 이미 시작했고 지난 6월 일본에서 발표한 ‘후쿠다 비전’의 내용이기도 한 ‘그린 그로스(Green Growth)’를 단순하게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소개한 것이라면 국민의 실망은 더 클 것이다. 아니 국민은 실망에 앞서 소리없이 다가오는 미래의 재앙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탄을 던질 지도 모른다.
정부의 발표가 힘을 얻으려면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그린 홈’,‘그린 카’ 등의 기술자립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인식 제고, 그리고 정부의 실천적 로드맵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도권 그린벨트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한다는 정책은 어느 모로 보아도 유감천만한 일로 보인다. 정부는 ‘그린그로스’를 선언한 데 만족하지 말고 “친기업적 정부임을 앞세워 상수원 보호지역을 대폭 축소하고 환경 영향 평가 제도를 무력화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국가전략 녹색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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