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렇다. 환갑을 훌쩍 넘긴 양씨의 어머니(63)는 새벽 1시부터 대 여섯 시간 동안 독서실에서 청소일을 한다. 독서실 규모가 작지 않지만, 일하는 이는 혼자다. 고령이라 양씨가 몇 번이나 도와주기도 했다. 그래도 3∼4시간은 족히 걸릴 만큼 일량이 많았다.
이렇게 일하고 양씨의 어머니가 받는 월급은 25만 원이다.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시급 3770원)보다 적다.
양씨는 “새벽에 대여섯 시간 일하다 보니, 근래 몇 번 쓰러져 걱정이 많다”며 “법적으로 보장받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양씨의 어머니처럼, 주로 고령층이 힘겨운 청소와 식당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계약 없이 일만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일을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고된 노동과 그로 인한 건강 악화뿐이다. 어려운 살림에 푼돈이라도 보태려고 아픈 몸을 일으켜 세우지만, 악덕사업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열심히 했건만=열심히 일을 했지만,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식당에서 일해온 이모씨는 지난 6월 일을 그만뒀다.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난 것이다. 두 달치 월급(240만 원)도 받지 않으면서, 열심히 했지만, 돌아온 건 현금 50만 원뿐이었다. 옛 정을 생각해 두 달이나 기다렸지만, 주인은 감감무소식이다.
모 홍보관에서 일했던 서모씨도 이 같은 경우다. 그는 몇 개월 동안 일을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 뒀다. 하지만, 한 달치 급여를 받지 못했다. 업주가 장사가 되지 않아 당장 돈을 줄 수 없어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기다릴 만큼 기다리다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장에 갔을 땐 이미 홍보관이 사라진 후였다.
서씨는 “계속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며 “사업자등록번호와 이름 등을 알고 있지만,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남 얘기=대기업 협력업체(3조3교대)에서 일하는 한(27)씨, 그의 시급은 3680원이다. 법정 시급(3770원)보다 적다. 회사는 시급을 올려 주는 대신 월급 명세서에 보전수당을 신설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씨 등 근로자들에게는 시급인상이 훨씬 이익이라는 게 한씨의 말이다.
연기군 S편의점에서 3개월간 일한 여대생 김모씨. 석 달 동안 5일밖에 쉬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점장이 야간 근무를 요구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야간 근무를 하지 않는 조건이었지만, 몇 개월 만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김씨가 받아온 시급은 2600원이다.
김씨는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했다”며 “계속해야할지 그만둬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대부분이 고용과정에서 계약서 자체를 모르거나, 쓰지 않아 피해를 보는 피고용자들이 많다”며 “경기가 어려워 이런 민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 계약 등 근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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