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우석 태안 파도초등 교사 |
교사 생활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일이 몇 가지 있다. 한 가지 일을 붙잡고 늘어질 줄 모르는 게으른 성격을 고쳐보고자 10년을 꾸준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여름방학에 수련회를 떠나는 것이었다.
지금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적고, 먼 곳으로 장소를 잡아 좀 더 크게 계획을 잡았다. 항상 수련회를 떠나려고 하면 감당하기 힘든 것이 교통비와 숙박비라 내가 자란 시골집을 수리해 수련회 장소를 만들었다. 앞으로 기회가 될 때면 종종 데리고 갈 생각으로 아예 그 곳을 수련회장으로 만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얇은 이불과 여벌옷만 가지고 오라고 했다. 직접 빨래를 하려고 일부러 여벌옷은 한 두 개만 가져오라고 했다. 음식도 직접 장을 봐서 해먹는 방식을 택했다.
“시골집엔 모기도 엄청 많아. 화장실도 옛날 화장실 있지? 그거야. 그리고 엄청 깜깜해서 밤에는 밖에도 나가질 못해.”
일부러 열악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길을 떠났다.
막상 도착한 집은 4칸짜리 한옥으로 수세식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 화장실이 가장 큰 걱정이었나 보다.
‘방학 때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시골집에 갔다. 가자마자 청소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장을 봐서 음식도 해먹었다. 그 중에서도 선생님이 만든 김치찌개가 가장 맛있었다. 4박5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우리 빨래를 큰 통에 넣고 발로 밟아서 빠는 일이었다. 그러면 발도 깨끗해졌다. 직접 빨래도 하고 밥도 해먹은 4박5일은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파도초 4학년 명수정-
물론 4박 5일 동안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소한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예전에 읽었던 『15소년 표류기』가 생각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마냥 착한 일을 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거나 다른 일을 개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소위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일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하는, 그래서 자기 삶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나의 ‘수련회 10년 프로젝트’가 이런 힘을 기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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