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작고한 이해인 수녀의 모친 故 김순옥 여사에게 바치는 시들을 엮은 이 책은 어머니를 향한 이해인 수녀의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쓴 사모곡 60여 편과 어머니 살아생전에 쓴 엄마 관련 동시 20여 편, 어머니와 해인 수녀가 주고받은 편지들과 추모 글들을 함께 엮었다.
이해인 수녀는 1968년 첫 서원을, 1976년 종신서원을 했고 76년 첫 시집 <민들레 영토>라는 첫 시집을 냈고, 이후 80년대 우리나라의 시집 열풍의 주인공으로 우뚝 솟았다. 열 권의 시집을 내면서 베스트 시집 제조가로 이름을 날렸던 분이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주신 도장집, 꽃골무, 괴불주머니 등 어머니의 유품 사진들과 잔잔한 사연을 담아 두 모녀의 사랑이 더욱 정감 있게 다가온다.
아이는 안 낳았지만 교정 시설 수감자들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 장애인들과 편지로 마음을 나누고 직접 만나 이야기도 하면서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해온 이해인 수녀.
이해인 수녀는 시를 통해 “무작정, 언제라도 부르면 좋은 엄마, 힘이 되는 엄마, 부르는 것 자체로 기도가 되는 엄마,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 매일 새롭게 살아나는 엄마. 나의 눈물, 나의 기쁨, 나의 그리움”인 엄마를 추억한다.
시 곳곳에서 ‘귀염둥이 작은딸`로서의 친근한 해인 수녀 모습도 만날 수 있어 새롭다. ‘화려한 선녀`의 꿈이 태몽이었던 둘째 딸, 한껏 멋을 낸 엄마에게 좀 수수하게 차려입으라며 잔소리를 하는 딸, 엄마가 즐겨 해주시던 카레라이스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딸, 엄마가 실수로 화장실 변기에 반지를 빠뜨리자 맨손을 넣어 반지를 꺼내기도 하고 어머니 회갑 때는 여덟 장의 편지를 써 어머니를 감동케 한 효녀. 이처럼 어머니 앞에서는 수도자인 그도 때론 철없고 때론 기특한 딸이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을 향한 책이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의미에서는 어머니를 향한 이해인 수녀 자신의 사모곡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품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자식들에게는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되새겨보는 책이 될 것이다.
사모곡을 엮어내며 서문을 이렇게 장식한다.
<꽃을 든 그리움, 어머니>
‘이 세상에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후
나는 살아가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놓치고 사는 바보가 되었네.’
라고 읊은 적이 있습니다.
진정 한 인간의 삶에 어머니라는 존재가 갖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것과 못 받은 것의 차이가 크듯이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의 세상과 안 계실 때의 세상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내게 좀 지나친 것 같다고 흉을 보아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일만은 앞으로도 아마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하도 보고 싶어 실컷 울고나면 후련할 것 같다가도 다시 맑고 깊게, 높고 넓게 그리워지는 어머니...................
어머니가 떠나신 후 처음으로 맞는 봄, 여름에 꽃은 어찌나 많이도 피던지!
유난히 꽃을 사랑하시어 편지 안에도 매번 꽃잎을 넣어 보내시던 어머니께 꽃물 든 그리움으로 이 자그만 사모곡을 바칩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슬퍼하시는 분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싶으신 분들은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엄마>를 통해 서운했던 마음 이 책을 통해 풀어 버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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