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승]좋은 연구소, 좋은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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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승]좋은 연구소, 좋은 직장

[사이언스칼럼]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승인 2008-09-15 00:00
  • 신문게재 2008-09-16 21면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극심한 취업난과 조기퇴직 분위기를 빗댄 사오정과 오륙도, 육이오 같은 유행어들이 이제는 일상용어가 된 느낌이다. 요즘은 20대가 취직하면 가문의 영광이요, 50대가 되어서도 직장에 나가면 동네잔치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일자리의 절대적 부족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20대에 취직해서 가문을 빛내든, 운좋게 오륙도나 육이오 신세를 면하든 어렵게 잡은 직장이 속빈 강정이라면 사기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덕연구단지의 한 연구원은 지방의 병원에 근무하는 고교 동창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허탈감에 빠졌다고 한다. 친구는 자기 연봉의 3배 가까이 받으면서 전문의가 되기 전 얻은 지식만으로도 의사 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란다. 반면 자신은 연구소에 들어온 뒤로도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늘 노심초사하고 외국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싣기 위해 피를 말리고 있다. 그 연구원은 노력한 것에 비해 과학기술인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대우가 너무 약하다며,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중학생 딸은 과학자가 아닌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슬픈 이야기다.
이 연구원의 토로처럼 연구현장을 둘러보면, 우수한 인재를 과학기술계로 이끌 ‘당근’이 없고, 과학기술인이 처우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해져 가고 있다.

과학기술이 직업으로는 좋지만 직장으로서는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인들이 신바람 나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은 요원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직장이란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유무형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직장은 놀이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직장이 아무리 재미있고 개인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놀이터와는 달리 직장은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다수 학생들에게 신나는 학교가 존재하지 않듯 신나는 직장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좀 더 신나는 직장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디가 좋은 직장이고 훌륭한 일터인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냥’에 나선다. 훌륭한 직장은 시설도 최고지만 제도나 방침도 최상이어야 한다.

직장은 수많은 변수들로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수많은 개인들의 집합체이며, 목적과 수단, 예를 들면 이윤과 사회봉사 등등 무수한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직장은 많은 변수들의 상호작용이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장소이며, 좋은 직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호작용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혹자는 심리학적, 사회학적인 다양한 검토를 주문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목표에 의한 관리를 강조한다. 분명한 것은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따라서 투입 대비 산출이 언제나 비례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단순 명제보다는 상호작용이라는 매우 복잡한 기제를 보다 유연하고 폭넓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하여’라는 책 가운데 한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인재와 신뢰 그리고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실적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수의 유능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인재의 저변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는 상호작용을 내재화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인재와 신뢰 리더십 중 그중에 제일은 리더십이 아닐까. 올바른 리더십이야말로 유능한 인재와 신뢰를 근본으로 한 조직문화를 창출해서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는 좋은 조직의 근본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신뢰라는 씨줄과 리더십이라는 날줄로 상호작용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신바람 나는 연구소, 멋진 직장이 좀더 많아질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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