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도심 속 외딴섬 ‘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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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도심 속 외딴섬 ‘장동’

60년대 화려한 도시, 미군부대 철수후 쇠락 군부대 이전 통해 도심과 ‘소통의 길’ 기대

  • 승인 2008-09-15 00:00
  • 신문게재 2008-09-16 1면
  • 박종명 기자박종명 기자
▲ 이제는 많은 주민들이 떠나 텅비고 심하게 부서져버린 건물앞에서 가끔씩 마을로 들어오는 순환버스를 타기 위해 대덕구 장동 버스종점에서 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김상구 기자
▲ 이제는 많은 주민들이 떠나 텅비고 심하게 부서져버린 건물앞에서 가끔씩 마을로 들어오는 순환버스를 타기 위해 대덕구 장동 버스종점에서 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김상구 기자
대덕구 장동에서 20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영숙(62)씨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몇 년 전 어느 겨울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버스가 마을에 들어오지 않아 지각하자 선생님한테 "대전시내에 아직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겨울철이면 시내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장동 고갯길이 두절돼 3km를 1시간 가까이 걷고 또다시 버스를 갈아 타느라 그리 된 것을 선생님의 꾸지람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대덕구 회덕동의 5개 법정동 중의 하나인 장동. 장동은 미군 미사일기지가 있던 60년대만 해도 부대 앞 술집 등에 아가씨가 300~400명에 이를 정도로 한 때 영화를 누리던 곳. 청바지를 대전에 처음 유행시킨 발원지도 이 곳이다.

하지만 90년대 초 미군이 철수한 뒤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은 60~70년대 추억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할 뿐이다. 곳곳에 빈집이 늘어나고 간간히 보이는 퇴락한 영어 간판만이 당시의 영화를 말없이 드러내고 있다. 도로 뒤편에는 곳곳에 축대 붕괴 위험이 도사려 아슬한 모습이지만 당국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장동엔 400여 가구 1000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중 65세를 넘는 노인 인구는 33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보증금이 없어 젊은층이 공공근로나 공장 등에서 일하기 위해 이 곳에 들어와 살지만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마을을 떠날 정도로 교통문제는 이 마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도로변에서 40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다는 김옥순(61)씨는 `장사가 잘 되느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치며 "장사는 그만두고 제발 버스나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현재 이곳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은 지역순환버스인 74번 버스. 40분 간격으로 다니는 이 버스가 도심과 소통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읍내동 대한통운 물류센터까지만 운행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결같이 대전역까지만이라도 운행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황태문(62) 통장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집에서 지은 농산물을 팔러 시내에 나가려면 버스를 갈아 타느라 짐을 싣고 내리고를 거듭해야 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며 "하루하루가 급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환승하느라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올해 6월 추가로 지정된 장동 미군 공여구역 개발이 장동이 침체의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재원이 그리 넉넉치 않고 새 정부 들어 미온적이어서 그런 기대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대신 미군부대 철수 후 들어선 군부대의 이전을 통해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대덕구 장동 군부대 이전 촉구결의안`을 제출한 이세형 대덕구의회 의원은 "장동은 바구니 지형으로 세상과 통하는 통로가 단 한군데 밖에 없어 주민들의 교통불편이 심하다"며 "군부대가 유사시 이용하는 도로를 생활권과 가까운 신탄진과 연결하기 위해서도 군부대 이전은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종명 기자 parkbell@joongd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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