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란 대전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소장 |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요즘의 N세대들은 퓨전음식에 열광하고, ‘배불리 먹는’, ‘가격이 싼’으로부터 ‘맛있게 먹는’, ‘근사하게 먹는’의 음식문화를 누리고 있다. 문화는 그 사회의 환경이나 역사, 종교, 가치체계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것이 바뀌어감에 따라 변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익히고 적용하게 되는 다양한 관습과 행동’으로서의 문화는 보존과 전승의 생명력을 갖기도 한다. 거주하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외한인의 문화생활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재외한인은 상당한 정도의 한국어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설날, 추석과 같은 민속명절을 지키고, 그리고 재미한인의 경우 쌀밥을 매일 먹는 경우가 83,4%, 중국조선족의 경우 된장국을 매일 먹는 경우가 54.1%로 나타났다. 아마도 우리는 이 같은 결과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다.
다소 경우는 다르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문화현상은 어떠한가?
대전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하여 지역의 복지관, NGO 등에서 제공하는 요리프로그램은 이주여성들에게 인기있는 강좌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서 배우고 싶은 음식종류를 조사해보면 거창한 음식이 아니다. 일상식으로서 찌개종류, 나물, 밑반찬 등을 선호하며, 자녀를 출산한 신혼기 아내들은 이유식 정도를 다루어보기를 원한다. 말하자면 남편과 시부모님, 가족들을 위한 애정의 표현이며, 관계향상의 의지이자, 한국에서의 가정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자 하는 실천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문화가정에서 음식문화는 갈등의 원인이자, 갈등의 표출수단이 되기도 한다. 신혼기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고통 중 하나는 임신 중 입덧이다. 베트남, 필리핀, 몽골, 중국 등에서 이주해 온 여성들에게도 이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베트남 여성은 전통음식인 휘시소스의 맛을 그리워하며, 아로쓰 칼도(일종의 죽)를 찾는 필리핀 여성, 허르헉(양고기찜)을 먹고 싶어하는 몽고 여성, 친구들끼리 모여 자오즈이를 빚는 중국여성들을 보게 된다. 간혹 고향에서 통조림을 보내온다던지, 배려깊은 남편이 아내의 손을 잡고 소위 에쓰노 푸드(ethno food)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 몇 년전 이야기이지만 갓 결혼한 베트남 출신의 어린 며느리가 먹고 싶은 고향음식을 만들었더니 시어머니가 마당에 내동댕이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의 이면에는 농촌총각들의 만혼 해결, 도시남성들의 재혼 대안이라는 측면과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이라는 서로 다른 관심의 초점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결혼중개업체의 상혼이 중복되어서 다문화가정의 이혼률은 해마다 증가, 2003년 1.6%에서 2006년에는 4.9%로 3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올 상반기 6개월 동안의 이혼건수는 33건으로, 이는 지난해 1년간의 총 다문화가정 이혼 건수 9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합의해야만 하는 것은 다문화가정을 구성하는 가족원들 역시 한국민으로서 안정된 가정생활, 건강한 가정생활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하는 다문화사회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높은 이혼률을 설명하는 핵심은 문화에 있다고 본다. 남편과 가족들의 아내나라 문화 이해는 관계 향상을 위한 의사소통에서 부분적이지만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중에도 음식문화는 일상에서 부부간, 고부간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소통의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법무부가 주관이 되어 2009년도부터 시행예정인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 및 한국사회생활적응 프로그램과 다른 하나는 우리 국민들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의식 개선 부분이 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의 부분으로서 다문화가정의 부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자리에서 아내나라, 남편나라의 음식을 만들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나누어 먹으며 식구(食口)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종의 문화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 국민들도 이문화 음식을 통해 다문화에 대해 체험의 형태를 빌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다문화사회를 향한 인식 수준을 높여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대상자의 엄청난 숫자 때문에 시행상의 문제가 있다면 방법은 있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과목으로, 학생들의 경우는 학교교과과정 속에서, 일반인들은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문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 가능할 것이다. 구하는 자에게 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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