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미]세계화, 공존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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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미]세계화, 공존의 과제

[금요논단]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승인 2008-09-11 00:00
  • 신문게재 2008-09-12 20면
  •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신학기를 맞아 대학생들의 활기찬 기운이 대학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학의 교정을 걷노라면 외국어가 많이 들린다. 그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어. 중국인 유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어느 사이에 중국인 유학생이 이렇게 늘었을까.

각 대학에는 최근 외국인 학생이 상당수 늘었다. 저마다 글로벌대학을 표방하는 국내 유수 대학은 물론이고, 충청` 호남`영남에 소재한 많은 대학들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가 바야흐로 지구촌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 논리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각 대학이 신입생확보가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생들이 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나 문화적 갈등, 개개인의 충돌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5만 명에 육박한다는 중국인 유학생들 중에는 우수한 인재들도 있지만,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의 수단으로 입국하여 대학에는 나오지도 않고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 불법체류자의 약점을 이용해 각종 탈법과 노동착취를 일삼는 악덕 고용주나, 대담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사기행각이 종종 뉴스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교류는 서로간의 반목만 높이고,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폭력사건과 같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되기도 한다.

외국인들의 반한감정들은 우리사회의 민족주의나 순혈주의, 자본의 논리만을 내세운 사회적 폐쇄성에도 책임이 있다. 국가 간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해외체류자가 더욱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순수한 하나의 기원이나 뿌리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직장이나 유학, 이민으로 외국에 나간 한국인들이 많듯이 국내 도시 곳곳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초국적 기업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외국인과 가족, 무수한 영어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미군과 그 가족,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불법 입국한 동남아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네 젊은 여인네들이 기피하는 농촌에 시집온 먼 나라 여인들, 각양각색의 외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사회도 이미 다문화사회, 다인종 사회로 접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 다문화 환경의 대두가 문화 간 이해와 소통을 활발하게 해주리라는 일반적 기대와는 달리, 오늘날 다문화사회는 오히려 문명권과 문명권, 국가와 국가에서부터 작게는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 반목, 충돌을 발생시키는 갈등의 기원이 되고 있다. 때문에 서구 사회와 학계에서 제시해온 ‘다문화주의’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양한 차이를 지닌 문화 간의 공존을 주장했지만, 이 비전은 실제로는 차이만 말하면서 소통을 확보하지 못했고, 상대주의를 통해 중심/주변의 권력관계를 지속,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여전히 국가 간 경계를 넘는 다문화적 혼성과 융합, 문화접변과 문화 혼종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정보기술과 문화산업의 발달은 개별 문화들 사이의 접촉과 섞임을 급속히 증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지구적 이동과 혼종화가 과거 어느 시대와도 다른 문화지형의 변동을 초래하고 있는 현재, 문화 간 접촉, 교환, 변용, 소통의 생산적인 힘을 끌어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성숙한 사회란 갈등이 없는 곳이 아니라 갈등을 건전한 방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이다. 차별과 배제의 체제가 아니라 이해와 공존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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