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동구 자혜원 원생 김수나, 이재우, 윤재민 어린이가 한가위같은 풍성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지영철 기자 |
가족과 친지들이 그리워지는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주변에는 남들처럼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부모와 생이별을 했거나 처음부터 부모와 생면부지(生面不知)였던 아이들이 그들이다.
사회복지시설인 동구 소제동 자혜원을 찾아 부모님의 사랑에 배고파 하는 아이들을 만나봤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어린 아이들은 부모님 손을 잡고 고향집으로 갈 채비에 바쁘다.
가족과 친지를 만날 생각에 동심(動心)은 벌써 한가위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른 지 오래다. 그렇지만, 자혜원생들이 맞는 추석 표정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또래 친구들처럼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고 마음 놓고 뛰어놀 고향집도 없기 때문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건 원생끼리 모여 소일하는 것밖에 없다.
5년 전 피붙이 3남매와 함께 맡겨진 이재우(11)군은 “추석 때 아빠가 보고 싶지만 만날 수 없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힌 뒤 “이번 추석 때는 자혜원에서 같이 지내다 퇴소한 형, 누나들의 얼굴을 꼭 보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김수나(10)양도 부모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심정을 비췄다.
김양은 “추석 때 엄마랑 부침개를 만들어 맛있게 먹고 싶은 데 그럴 수 없는 게 가슴 아파요. 다음 추석 때는 꼭….”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혜원 양승연 사무국장(여·30)은 “올해는 위문품이 예년의 3분의 1수준밖에 안 들어온다. 겨울 철 난방비를 마련해야 하는 시기인데 사랑의 손길이 아쉽다”며 자혜원의 쓸쓸한 명절 분위기를 전했다.
황량한 추석 겉모습이지만 자혜원생들의 가슴엔 ‘희망의 꽃`이 여물어가고 있다. 불우한 환경에도 저마다 미래설계를 위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 느껴졌다.
김수나양은 “태권도 선수가 돼 얼마 전 오빠, 언니들처럼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꼭 따고 싶어요.”라며 최근 익힌 태권도 품새를 즉석에서 보여줬다.
김양은 “금메달을 따고 나중에 엄마를 만나게 되면 엄마 목에 꼭 걸어줄 거에요.”라고 밝혀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양보다 한 살 위인 윤재민(11)군은 경찰이 꼭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군은 “멋진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이 멋있어요. 경찰이 꼭 돼서 착한 사람은 도와주고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싶어요. 나처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는 것도 꼭 해보고 싶어요.”라며 의젓함을 보였다.
양 국장은 복지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람들이 봉사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우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아닐지라도 변함없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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