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석 대전관저중 교장 |
귀뚜라미 소리를 듣자. 귀뚜라미는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라고 한다. 가을을 맨 먼저 알리기 때문일 것이다. 귀뚜라미 소리에서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며 자연 순환의 소리를 듣자.
과일이 익는 소리를 듣자. 교정의 감도 녹색에서 누런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계절의 순리에 따라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익는다. 감은 붉게, 밤은 토실하게 익는다. 익는 과일에서 성숙(成熟)의 소리를 듣자.
곡식(벼)이 익는 소리를 듣자. 봄의 모내기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의 황금물결로 익어가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고개 숙이는 벼에서 겸손(謙遜)의 소리를 듣자.
국화 피는 소리를 듣자. 대부분의 꽃들은 봄에 꽃을 피우는데 국화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 소쩍새 우는 봄밤을 견디고 먹구름 속에서 천둥치는 여름을 이겨내고 무서리가 내리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 삶의 온갖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거울 앞에 앉은 누님 같은, 원숙한 그리고 당당한 오상고절(傲霜孤節)의 모습이다. 피는 국화에서 인내(忍耐)와 고절(高節)의 소리를 듣자.
낙엽 지는 소리를 듣자. 봄에 새잎이 나고 여름에 넓게 펼쳐 녹음을 이루고 가을에 곱게 물들어 땅으로 돌아간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일생을 마감한다. 지는 낙엽은 인생의 생로병사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연못가의 봄풀은 아직 봄꿈을 깨지도 못했는데)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뜰 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처럼 세월의 빠름도 보여준다. 또한 곱게 단풍들어 지는 모습은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이다. 생의 마감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지는 낙엽에서 빠른 광음(光陰)의 소리와 유종미(有終美 )의 소리를 듣자.
책의 소리를 듣자.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으랴만 가을이 책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한다. 책속에 진리가 있고 정신이 있고 희망이 있다. 따라서 책을 펴면 미래가 열린다. 리더(reader)가 리더(leader)가 된다. 세종대왕, 나폴레옹, 클린턴 대통령, 빌 게이츠가 그 좋은 예다. 책속에서 들리는 진리(眞理)와 정신(精神)과 희망(希望)의 소리를 듣자.
만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모든 학생들이 학년 초에 계획한 대로 풍성한 교육의 열매가 되길 기대한다. 알밤처럼 토실하게 영글고 홍시처럼 붉게 익기를 바란다. 가장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고 가장 아름다운 열매가 되기 위하여 가을 소리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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