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가 철거 보상을 위한 물건조사를 추석을 감안해 보류한 9일, 상인들이 가게를 열었지만 찾는 이가 없어 한산한 홍명상가의 내부모습./김상구 기자 ttiger39@ |
9일 오후에 찾은 동구 중동 홍명상가. 바로 옆 중앙시장이나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추석 대목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지만 320여 상인의 삶의 터전인 홍명상가 내 가게는 한산하기 그지 없다. 이날은 대전시가 지난달 19일부터 홍명상가 보상을 위해 물건조사를 벌이기 시작하자 상인들이 상가 문을 닫고 저항하는 등 숨바꼭질이 계속된 가운데 추석 대목을 감안해 추석 연휴기간까지 물건조사를 보류한 첫 날. 그래서 상인들은 그 동안 못다한 장사를 만회하기 위해 `영업중`이라는 표시를 가게문에 붙이고 안간힘을 썼지만 `문을 닫는다`는 인식이 손님들의 발길을 돌려 세우진 못했다.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송인숙씨(53·여)는 지난 3월 1층 매장을 3000만원 주고 리모델링했지만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송씨는 "철거시기가 이렇게 앞당겨질 줄 알았으면 누가 수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겠느냐"며 "시가 대책위와 상의도 없이 철거시기를 자꾸 앞당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1층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최왕림씨(45)는 일감이 없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평 남짓한 가게에서 지난해 9월에는 양복 30~40벌은 주문받았지만 올해는 시의 물건조사를 맨먼저 막아야 할 외곽 점포여서 셔터를 내리는 날이 많아 9일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 다행히 이날 겨우 바지 1장, 셔츠 1장에 9만원 매출을 올렸지만 재료값을 빼고 나면 고작 3만원만 손에 쥘 뿐이다. 그는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다. 불법으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자등록을 내 세금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한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정필조(35) 홍명상가상권수호대책위원회 사무장은 "상권이라는 것은 갈갈이 찢어 놓으면 살릴 수가 없는 것"이라며 "무턱대고 대체상가를 조성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상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대체상가를 조성할 때까지 철거시기를 조정하고, 임시 수용단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전시는 내년 6월까지 홍명상가를 철거한다는 계획 아래 소유권 351건, 영업권 369건 등 모두 720건에 대해 지난달 19일부터 물건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8일 현재까지 단 2건만 완료한 상태다. 박영준 대전시 생태하천사업단장은 "법에 있지 않은 대체상가를 마련해 주는 것은 특혜"라며 "상인들이 서울 세운상가를 예로 들지만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통해 추진한 것으로 하천 위를 복개해 건물을 건축한 홍명상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박종명 기자.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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