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를 각색한 뮤지컬 ‘내마음의 풍금`이 TJB대전방송주최로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한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1960년대 강원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총각 선생과 그를 짝사랑하는 늦깎이 초등학생 여제자 홍연의 사랑을 담은 서정적인 멜로드라마다. 선생님을 짝사랑한 산골소녀의 이야기라고 해봤자 소박한 이웃 사이에서의 사소한 사건들이 전부다. 게다가 삼각관계라고 하기에도 코웃음이 쳐지는 소녀와 총각 선생, 양호 여교사의 구도는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풍금`이 이렇듯 서로 다른 매체를 넘나들며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누구나 기억 한편에 간직한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휴먼 뮤지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원작 소설에 비해 화재사건 등 새로운 사건을 추가하며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 등 유명 배우들의 연기와 산골마을의 풍경을 담은 영상 연출에 비중을 두었다면, 뮤지컬은 원작에 좀더 충실하며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음악과 무대장치로 매체적 특성을 살리는 데 노력했다. ‘여제자`의 경우 총각 선생의 1인칭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자전소설이지만, 무대에서는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홍연의 심리상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적절한 송 모멘트(Song Moment·대사 사이에 음악이 들어가는 지점)는 이러한 관점을 유지해준다. 예컨대 강동수(오만석/조정석 분) 선생이 처음 양수정 선생을 보고 반해 교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부르는 노래 ‘커피향`의 경우, 한쪽에서는 적절히 곁들여진 대사와 노래, 안무가 혼합되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홍연을 배치해 음악이 드라마에서 분리되는 것을 막고 오히려 드라마를 주도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멜로디 라인도 아기자기한 작품 콘셉트에 맞춰 때로는 발라드로, 때로는 아역 배우들의 앙상블로 배치해 형식미를 느끼게 한다. 극중 강 선생이 아끼는 LP 음반의 주인공 케니 브라운은 가공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창작진은 그의 곡으로 설정된 ‘스프링 타임(Spring Time)`을 통해 1960년대 재즈풍의 팝송을 훌륭하게 재현했다.
뮤지컬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성인남녀의 사랑이야기와 비교하면 기억마저 아련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뮤지컬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의외일 수 있다. 첫사랑은 아름다운 추억만으로 끝난다는 당초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다. 온통 착하고 맑기만 한 이야기들이 큰 사건 없이 밋밋하게 흘러가는 ‘내 마음의 풍금`은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이 다 같이 웃음 짓고 감동할 수 있는 잔잔한 창작 뮤지컬로 다가올 것이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7시 공연. R석 7만7000원,S석 6만6000원,A석 5만5000원, B석4만4000원. 문의 1599-9210. /배문숙기자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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