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책읽기]김수연 목사의 아주 특별한 '책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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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책읽기]김수연 목사의 아주 특별한 '책 전도'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

  • 승인 2008-09-09 00:00
  • 신문게재 2008-09-10 11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얼마 전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산간벽지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텐데 굳이 히말라야까지 책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런 운동을 미리부터 하고 있던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좋았다.

바로 김수연이라는 분인데, 1987년부터 사재를 털어 시작한 책 나누기 운동을 기반으로 1991년 전분 남원 원천마을 도서관을 시작으로 2008년 7월까지 128개의 마을 도서관을 개관하면서 진정한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분의 자서전적인에세이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이다.

이 책의 저자 김수연씨는 현재 목사님이며, 충주 MBC, 동아일보, KBS 기자생활을 하면서 남부러울 것 없던 사람이었다. 모범독서운동가상, 자랑스런 서울 시민상, 국민독서진흥상등 책과 관련된 모든 상을 수상하였고, 한길교회 담임목사이다.

특이한 경력의 김수연씨는 첫 번째 부인과 2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처갓집의 사정으로 부인이 교회에 빠져 집안일은 내팽게치고 아이들 밥도 차려주지 않고 교회만 열심히 다녔다.

그러던 중 아이가 혼자 집을 지키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배가 고픈 나머지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는 순간 가스레인지가 오작동을 일으켜 집안에 불이 났고 아이는 욕실로 뛰어 들어가 점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엄마, 아빠가 달려와 구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불러도 엄마 , 아빠는 오지 않았고 아이는 더 참지 못하고 불붙은 거실을 뚫고 베란다로 달려가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난간을 넘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문제는 아이가 몸을 던진 아파트는 11층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김수연씨는 식음을 전폐하고 아내와 이별을 한다. 이 부부의 이혼 이유는 이렇게 살다가는 첫째마저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아이를 잃은 후 엄청난 시련을 겪은 후 그렇게 싫어했던 신학공부를 시작했고,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허름한 교회까지 만들게 된다. 그리고 먼저 간 둘째 아들 현준이가 평소 책읽기를 좋아했고 현준이에게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사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도 괴로워 하다가 교회를 개조해 마을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산간벽지에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김수연씨는 조그만 도서관을 만들면서 책을 선물하는 기준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책을 고르는데도 도움이 될 거 같아 소개드린다.

첫째, 신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무료로 도서관을 개설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헌 책을 먼저 생각하는데 반드시 새 책을 구입해 기증한다. 책을 받는 아이들 눈동자부터 다르다. 책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책을 기증한다. 지식을 나누겠다고 하면 가슴이 뜨겁게 열리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된다.

책을 기증한다 해놓고 무조건 싼 책을 찾으시는 일부 잘못된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둘째, 정성을 다해 좋은 책을 선별한다는 것이다. 대충대충 권수를 맞추는 일은 절대 없고 한 권을 보내도 꼼꼼히 내용을 살피고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체크한다.

셋째, 할수 있는 한 많은 책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 책만 아니라 어른들 책까지도 신경을 쓴다.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베스트셀러도 챙기고 양질의 번역서도 목록에 넣는다. 단순히 생색낸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책을 보낸다. 그래야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잘사는 이유가 궁금하세요?> 단락 중에서 진정 도서관을 만드는 이유를 적은 글이다.
‘방송국 기자시절 취재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다. 선진국을 방문할 때마다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선진국의 원동력은 책이었다. 어딜 가든 그들의 손엔 책이 들려 있었다. 기차를 타도, 공연관람을 가도 그들은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또한 도서관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국내 공공 도서관은 500개가 조금 넘는데 비해 독일은 22,395개, 일본 2,585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소득 3만달러를 선진국의 기준으로 삼는데 어불성설이다. 물질의 풍요만으로는 절대 선진국을 만들수 없다. 정신문화가 풍요로워야 선진국이 될 수 있고 정신문화의 풍요를 이루는 바탕이 책이다.

책 삼매경에 빠진 사람을 보라. 책을 읽는 모습에는 하나의 행위를 넘어선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있다. 그에게선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해진 환한 빛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지혜의 빛이다.‘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은 한 권의 책으로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궁극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 이 책의 인세 전액과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에 쓰여진다. 책이 종이에 갇힌 지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향한 적극적인 소통의 통로이며 사랑임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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