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에도 한가위와 같은 미술잔치가 풍성하게 진행 중이다. 공주와 광주, 부산, 서울 등에서 크고 작은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어 어디서든 잔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향을 찾아 가까운 곳의 미술 축제에 참여해 보는 것도 한가위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展 엑토르 ‘의원들’ |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요즘이 금강 자연미술 비엔날레를 찾기 안성맞춤인 때다. 공주 연미산에 설치된 작품들은 파란 가을하늘을 도화지 삼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미술을 통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란 주제로 지난 달 19일 개막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는 세계 10개국 38명의 작가들이 자연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감상할 수 있다.
25명의 한국 작가를 비롯 10개국에서 온 15명의 자연미술가들은 현장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작품을 제작해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운하 계획을 상기 시키며 인위적으로 자연을 통제할 경우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달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김용익의 ‘날 좀 흐르게 내버려둬`와 식물의 어린 싹을 연상케 하는 노란 어구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낸 작품 등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관람객들의 참여를 높이기 참가작가 프레젠테이션 및 완성된 작품과 함께 일부 작가들의 작품 제작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와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는 자연과 평화의 조각보 만들기, 사진콘테스트 등의 프로그램도 열린다.
▲ 광주비엔날레 고든마타-클락 ‘you are the measure’ |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주제가 없다. 외국인으로는 처음 전시 총감독으로 선임된 오쿠이 엔위저씨는 주제를 정하지 않는 파격을 선보였다. 관객이 전시를 보고 느끼는 것이 곧 주제라는 얘기다.
전시를 채우고 있는 내용도 새로울 것이 없다. 지난 1년반 동안 전 세계에서 열린 주요 전시를 재구성했을 뿐이다. 자연히 유명 거장보다는 제3세계의 작가들이 많다.
이같은 새로운 시도가 낯설기도 하지만 시민항쟁의 역사를 가진 광주의 역사적 배경과 어우러져 소외에 대한 재조명과 낮은 목소리의 주장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전시 컨셉과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일관된 주제없이 전시가 진행되다 보니 전시 감상은 다소 불편하다. 세계 여러 곳의 기획전들을 모자이크해 놓은 탓에 난해한 현대작품들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전시 감상을 하기 전 기본적인 정보는 반드시 숙지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메인 전시공간인 중외공원에 있는 비엔날레 전시관 1층에는 박제동물들을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힘 숀펠트의 ‘네 명의 음악가`를 만날 수 있다. 고전동화 ‘브레멘의 네 명의 음악가`를 비틀어 재현한 것이다.
메인 전시관 뒤편의 시립미술관에는 거장의 작품도 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 고든 마타-클락의 지난해 뉴욕 휘트니미술관 회고전 일부를 옮겨놨다. 또, 퇴락한 재래시장 곳곳의 빈 점포들을 탈바꿈시킨 대안시장 복덕방 프로젝트(기획 박성현 큐레이터)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붉은 비닐포대에 바늘과 실로 사람 형상을 수놓은 마문호의 ‘열망:천 개 만 개 꽃을 피우다` 등을 통해 시장사람들의 현실이 미술을 통해 재구성된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낭비`하자-부산비엔날레(~11.15)
아시아 4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자리잡은 부산비엔날레는 올해도 40개국 190여명 작가가 참여해 역동적이고 실험성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올해는 `낭비(Expenditure)`라는 주제로 예술의 힘과 의미를 입증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낭비 혹은 방출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미술전(전시감독 김원방·홍익대 교수)과 바다미술제(전시감독 이정형·조각가), 부산조각프로젝트(전시감독 전승보·독립큐레이터) 등 세 가지 본 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 온 부산비엔날레는 올해에는 4개의 특별전을 신설해 다채로움을 꾀했다.
부산비엔날레의 꽃인 현대미술전(부제:낭비-이미 항상 지나치기 때문에)에서는 작가 93명의 회화와 조각, 영상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부산시립미술관 전관(3층)과 수영요트경기장(계측실 2개 동).
항구도시 부산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바다미술제(부제:비시간성의 항해)는 주무대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광안리해수욕장으로 옮겼다. 민락동 미월드 놀이공원 내 실내 공간에는 26개국 77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영상과 작품들이 설치됐다.
또, APEC 나루공원에서 열리는 부산조각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는 19일까지는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아시아 현대미술의 원형을 찾는 `미술은 살아있다`전이 마련돼 한·중·대만의 원로 작가 30명의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허강 ‘자연으로부터-생성’ |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26개국, 79개팀이 참가하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11.5)`가 열리고 있다. 5회째를 맞는 이번 비엔날레는 영상과 인터랙티브, 설치 등 77점의 미디어아트가 선보인다.
연휴 기간에는 미술관 앞 마당에서 페이스 페인팅, 캐릭터 그리기 등 행사도 진행돼 재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사진 60년展`과 `미술이 만난 바다展`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국사진 60년전`(~10.26)은 건국 60주년에 맞춰 한국 사진 60년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전으로, 사진 작가 106명의 작품 380여점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다. `미술이 만난 바다`전(~9.15)은 어린이 특별 체험전으로 심해를 연상시키는 공간에 들어가 보거나 모래 위에 그림 그리기,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을 이용한 파도 만들기 등 오감을 활용해 보고, 듣고, 만지는 놀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가족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이밖에도 덕수궁미술관에서는 멕시코 벽화운동의 3대 거장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의 작품을 비롯해 리베로의 아내인 화가 프리다 칼로 등 남미 16개국 대표작가 80명의 작품 1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 오는 11월 9일까지 계속된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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