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순 충남대병원 상임감사 |
이미 앞선 뉴스를 통해 예고한 바처럼 경찰청장에 대한 해임요구는 수용치 않기로 하고 유감표명정도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과연 이정도 선에서 불교계가 평상심으로 돌아갈 지는 필자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유례없는 불교계의 정권규탄 집회를 보면서 다종교 국가인 우리사회의 종교간 갈등이 깊어지는 현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통령의 노골적인 기독교 중심적 언행과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의 편승은 이러한 갈등을 해소 하기는 커녕 더욱 부채질을 하는 형국이어서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불교계 인사들에게 어느 정도 진정성 있는 호소력을 가질 것인지 두고 봐야할 것 같다. 불교계 어느 중진 스님의 말처럼 불교계가 정권을 규탄하고 나선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도 신군부에 의한 10?7 법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규모 법회를 통해 정권을 규탄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우리나라의 종교현실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분명히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국교를 부정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는 불교를 비롯한 전통종교 뿐 아니라 천주교 개신교 등의 기독교, 심지어는 테러집단과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이슬람마저도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렇게 까지 갈등이 첨예화되거나 표면화되지도 않았고 각 종교간에도 일정한 불문율이 있어서 상대방을 존중배려하고 가급적 갈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왔기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종교간 평화가 실현되는 다양성이 꽃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러한 문화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이 상처를 받게 된 점이 무척 아프다.
개인적으로 보면 필자가 아는 목사님 신부님들은 매우 양심적이고 도덕성이 높으신 분들이며 우리사회의 지도적 성직자로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진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서 꼭 기독교 신자들만이 아닌 모든 삶들에게 존경받는 분이며, 그분들은 전통종교로서의 불교의 가치뿐 아니라 종교사상으로서의 불교를 존중하시고 인정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고 또한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 스님들과 함께 ‘동지’로서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으신 분들이다. 따라서 그 분들 간에 자기종교의 우월성을 내세우거나 다른 종교에 대해 폄훼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필자가 과문하여 그런지 예수님의 ‘사랑’ 과 부처님의 ‘자비’가 다 좋다. 따라서 성인의 가르침을 왜곡하여 자기 종교로 세상을 완전 복음화 해야 한다고 신념화된 행동이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종교인으로서는 어떤 누구도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신앙의 문제가 정치로 비화되지 않도록 간절히 바라며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불교계에 대한 기독교 장로인 대통령의 성의 있고 진정어린 ‘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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