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가수원중학교 운영위원장 |
시선을 조금만 돌려 보면 외국인들은 비단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이미 우리와 함께 익숙하게 교감하는 중요한 인적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도권 인근의 공단에는 동남아에서 온 많은 근로자들이 넘쳐 나고,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들에게 시집 온 젊은 처자들이 농촌 각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이든 그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든 간에 서로의 조건에 합당했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이며,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 조류인 것만은 틀림없다.
문제는 외국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에 인색한 일부 몰지각한 사업주, 갓 결혼한 외국인 처녀들에 대한 폭력, 그리고 2세인 혼혈아들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 크고 작은 사회 문제들이 한국인의 손에 의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 온 ‘배달민족`, ‘한겨레`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긍지와 자부를 감안한다면 즈음의 세태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만큼 ‘순혈주의`는 우리 한국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추성훈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재일교포 4세인 그는 젊은층이 열광하는 격투기 선수로서 한때 한국인으로 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 한계를 느낀 그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이 곳에서 부딪쳐야 했던 수많은 텃세와 편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일본인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한쪽 어깨에는 태극기를 한쪽 어깨에는 일장기를 달고 나왔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추성훈과 아키야마 요시히로(秋山 成, あきやま よしひろ)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역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변화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산업 현장에 차질이 생기고, 농촌에 가면 외국인 주부가 이장을 하며, 농촌 초등학생의 상당수가 혼혈이라는 엄연한 현실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관대함과 배려이다. 닫힌 정체성이 아니라 열린 다양성의 사회로 이행되어야 한다. 민족주의가 대세인 오늘날,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소수자의 권익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이명준은 경계인으로 묘사된다. 그는 남북한 이념의 희생양이었지만, 오늘날의 경계인은 태생적 근거에 의해 민족과 국가에 편입되지 못하는 저급한 희생양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세상을 보는 열린 시선과 그들을 대하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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