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철 대전불교사암연합회장 만불선원 회주 |
작금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불교가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차제에 불심을 하나로 묶어내고 단결하여 대전불교의 대사회화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하여 본다. 또한 거시적으로는 현 정부에 들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종교편향 정책과 고위공직자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에 대한 준엄한 경책과 재발방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정권이 거쳐갔지만 이번 이명박 정부만큼 혼란스러운 정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불과 6개월동안 저질러진 행태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촛불시위, 경제침체와 9월위기설, 대운하 파문, 노동계 파업, 기독교공화국을 만들려는 집요한 종교편향 사건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어 가히 총체적 불신사회라고 할 만한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8.27범불교도 대회는 이러한 정부의 재발방지 약속과 대통령의 진정성이 있는 사과, 그리고 종교편향을 일으켰던 고위 공직자들의 징계를 요청하였으나 여지껏 반응이 없다.
옛말에 성인(聖人)이란 “귀을 열어놓고 남의 말을 잘 들어 주고 열심히 들어주는 이를 일컫어 성인”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서로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통령이 귀를 크게 열고 다양한 채널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문제점을 회통시켜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문화”라고 한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큰 용기를 내어야 한다. 라틴어로“용기”는 “가슴”이라는 말로 풀이되기도 한다. 즉 가슴으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오직 나약한 사람만이 머리로 산다고 한다. 지금의 정부가 늘상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은 바로 가슴으로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잘못를 시인할 줄 모르고 머리로만 헤아리고 변명만 늘어 놓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나라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상사회는 아니더라도 상식이 통하고 진정이 통하는 “사회적 공공성”이 담보된 사회로 나아갈려고 애쓰는 싯점에 와 있다. 사회가 건강할려면 종교와 그 지도자들의 정신과 조직이 맑고 투명해야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더구나 사회의 질을 높일려면 정부와 종교계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즉 우리사회의 투명성, 안전성, 응집성, 포용성, 그리고 역능성을 업그레이드 시켜야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어느 시인은 시민사회의 생활가치, 생활정치의 기본은 생명가치요 생명정치라고 말하였다. 이 나라의 두 근간인 정부와 종교계가 공통의 정체성과 그 고유의 가치규범에 촛점을 맞췄다면 지금과도 같은 갈등과 대립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신학자 폴 니터는 종교적관계가 “적자생존”에서 “협력자생존”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 하였다. 정치적 억압, 경제적 불의, 도덕적 쇠퇴, 생태계 파괴등 인류가 당면한 위기 앞에서 모든 종교가 독선적 아집이나 환상에서 벗어나 난국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계가 사회기반을 떠받치는 기능을 다하고 정부는 그 위에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펴고, 국민 모두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상생의 세계는 실현될 것이다. 마치 새의 두 날개와 수레의 두 바퀴처럼 정부와 종교계와 국민 모두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중도(中道)”와 “화합(和合)”이란 화두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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