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의 재치입담을 자랑하는 김감독이지만 어쩐지 이날은 취재진을 피하고 싶었던 눈치였다. 사실 김감독은 심기가 불편할 때면 덕아웃을 벗어나 취재진과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일이 가끔 있다.
이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김감독은 잠시 덕아웃에 앉았다가도 이내 그라운드로 나가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봤다. 이상군 투수코치, 장종훈 타격코치를 불러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만했다. 한화는 전반기를 3위로 마칠 때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큰 무리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된 지난 주 1승5패로 허덕이면서 가을잔치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10연승을 달린 롯데에 3위를 내준 데 이어 5위 삼성에 2.5경기 차로 쫓기며 4위 자리도 불안해졌다. 김감독의 경기 전 덕아웃을 벗어난 외도(?)가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날 1-6으로 패한 두산전은 한화의 난맥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한화가 자랑하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솜방망이들로 변했다. 8회까지 4안타 무득점에 허우적대다 9회 무사 1, 3루에서 덕 클락의 병살타로 간신히 영봉패를 면했다.
▲'타선, 투수진 동반 부진' 삼성에 1.5경기 차 쫓겨…남은 일정도 험난
전반기 맹활약했던 클락의 부진이 타선에 심각한 감염사태를 불러온 듯하다. 클락은 이날 경기 포함, 6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오죽하면 이날 기습번트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날 4번 김태균이 4타수 2안타를 때렸지만 클락과 이범호가 나란히 병살타 1개씩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믿을 만한 투수들이 없는 것도 문제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 좌완 류현진이 지난 8월30일 SK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연패를 끊은 것이 전부다. 정민철, 송진우, 안영명 등 선발진과 윤경영, 마정길 등 불펜진이 동반 부진했다.
이날도 송진우가 6회 1사까지 2실점한 뒤 물러났지만 마정길이 부진했다.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를 만들더니 고영민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넉다운됐다. 0-2로 해볼 만했던 점수 차가 단숨에 0-6으로 벌어졌다.
그러면서 한화는 이날 KIA를 꺾은 삼성에 1.5경기 차로 또 격차가 줄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방망이가 너무 안 맞아준다"면서 "투수도 그렇다. 선발이 안 되면 뒤에서 받쳐줘야 될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화는 2일 현재 109경기를 치러 8개 구단 중 가장 잔여경기가 적다. 삼성(106경기), KIA(104경기) 등 4강을 노리는 팀들은 상대적으로 따라붙을 여지가 있다. 또 선두 SK(4경기), 2위 두산(3경기), 삼성(3경기), 롯데(3경기) 등 남은 일정도 험난하다.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고민이 풀어질 수 있을지 막판 한화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노컷뉴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